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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 중국 여행] 칭다오 青岛 - 2
    여행/2024 2024. 4. 9. 00:46

     

    칭다오에서의 이튿날이 밝았다. 호텔 뷰가 정말 좋다!

     

     

    유일한 full-day 일정인 2일차는 칭다오의 메인 관광지인 구시가지를 둘러보기로 했다. 식후경을 실행 차, 현지인들이 아침 식사로 즐겨먹는다는 '훈툰'을 먹으러 샤오치엔치엔 훈툰 小倩倩馄饨 을 들렀다. 칭다오에서 장사 잘 되는 프랜차이즈인듯하고 구시가지 초입에도 마침 지점이 있었다.

     

    푸짐하게 구성된 2인용 모닝세트 (실제 세트 이름 아님)

     

     

    매장은 깔끔하게 잘 관리된 패스트푸드 음식점 분위기였다.

     

    훈툰은 한국 중식당의 '완탕' 바로 그것인데, 현지답게 완탕 소의 향이 상당히 진했다. 국물은 고기 육수 베이스에 고수 향이 우러나오는, 베트남 쌀국수와 아주 흡사한 맛이었다. 고수 못먹는 분들은 입에 아예 못댈 것 같고, 잘 먹는 우리는 매우 맛있게 먹었다. 훈툰 둘에 결들이는 기본 빵(패스트리) 2개, 밑반찬(닭고기간장조림, 나물)까지 해서 거한 아침을 먹었는데 인당 5천원 정도 나왔다...

     

    만족스럽게 배를 두드리며 구시가지 구경을 시작했다.

     

     

     

    구시가지는 지역 전체가 하나의 볼거리였다. 독일 지배하에 있을 당시 지어진 옛 유럽식 건물과 그를 그럴듯하게 본따 후대에 지어진 건물들이 잘 어우러지는 동네였고, 골목골목이 이색적이었다. 자리잡은 상점들도 아기자기 예쁜 곳, 잘 꾸며놓은 곳들이 많아 칭다오 Z세대 친구들의 사랑을 많이 받겠다 싶었다.

     

     

    폴라로이드 사진관도 있어서 기념 사진도 하나 찍었다. 👫

     

    구시가지 내 특별한 랜드마크가 몇 곳 있는데 그 중에서 유명한 천주교 성당을 들러보았다. 정확한 이름은 천주교 성 미카엘 대성당.

     

     

     

     

    웬만한 빌딩 정도의 높이의 굉장히 큰 성당이었다. 현지에서 웨딩 촬영 스팟으로 유명하다더니 드레스와 정장을 차려입은 여러 커플이 눈에 띄었다. 결혼 9년차 우리 부부는 신혼 애송이들과 달리 각자의 독사진 몇장을 찍었다. 마치 유럽의 관광지처럼 성당 앞에 작은 상점들이 모인 마켓도 있었는데 여기서 기념 마그넷도 하나 샀다.

     

     

     

    성당에서 언덕을 내려가면 대로가 하나 있는데 바로 구시가지의 중심이 되는 중산로다. 이후의 목적지인 식당과 잔교를 가기 전에 사진 우측편에 있는 카페에서 잠시 목을 축이기로 했다. Love Passion Coffee 라는 오묘한 이름의 카페였는데, 중국어 원문으로는 분명 더 그럴듯한 이름일 것이다.

     

     

     

    자리잡은 건물 외관과는 영 딴판으로 깔끔하고 인테리어도 예뻐서 놀랐다. 커피 원두도 다양하게 취급하고 있었고 허투루 운영되는 카페는 아닌 것 같았다. 가격대는 한국 카페 수준으로 현지치고는 굉장히 비쌌는데, 그래서인지 손님이 우리밖에 없어서 편안하게 잘 쉬었다.

     

     

    성당 외형을 구현한 자몽 케이크. 나름 세례도 받았던 (유사) 가톨릭 신자인지라 초콜릿 십자가를 먹을 때는 약간의 죄책감이 들었다는 것은 비밀

    원래는 근처 봐두었던 곳에서 식사를 할 계획이었는데 디저트까지 먹어서 소화를 좀 시킬 겸, 또하나의 유명 스팟인 잔교를 들르기로 했다. 중산로를 따라 바닷가까지 쭉 가면 되는 곳이라 주변 구경을 하며 쉬엄쉬엄 걸었다.

     

    중산로에 설치되어있던 이유 모를 인공 보리밭...
    편의점에서 굉장한 것들을 팔고 있다.
    라오서 공원 앞에서 라오서 선생께 잠깐 예를 표해보는 고씨

    이색적인 풍경들을 눈에 담으며 10여분 가다보니 해안에 도착했고, 바로 그 잔교가 보였다. 

     

    잔교는 정말 관광지다운 관광지였다. 칭다오 다른 지역에서 그리 인구밀도가 높다는 인상은 받지 못했는데 칭다오 사람들(+ 갈매기들)이 다 잔교에 있었다. 저 발디딜 틈 없는 다리를 보니 차마 굳이 건너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해변을 따라 걸으며 구경만 했다.

     

    다시 중산로를 따라 시가지 안쪽으로 거슬러, 목표로 했던 음식점 메이다얼 Meida'er 美达尔 로 향했다. 해산물 요리를 중심으로 하는 산동 지역 음식점이었는데 한국인들이 워낙 많이 가는 곳이기도 하지만 현지인들 평도 인터넷을 보니 전반적으로 좋길래 기대가 되었다.

     

    과연 유명한 이유가 있었다. 바지락 볶음이 칭다오 특산물이라더니, 과연 납득이 되는 맛이었다. 또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가지튀김이 정말 훌륭했는데, 감자튀김처럼 겉은 바삭하면서도 속은 촉촉한 최고의 맥주 안주였다. 한국인들이 온갖 방식으로 맛없는 음식으로 바꿔내고야 마는 식재료인 가지를 써서 어떻게 이렇게 맛있게들 만드는지..... 중국인들의 요리 실력은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구시가지 관광 코스의 마지막 목적지는 언덕 위에서 칭다오 시내 전경을 볼 수 있다는 소어산 공원 小鱼山公园 으로 정했다. 식당에서 거리는 좀 있었지만 가는 길에 구시가지 골목 골목을 구경할 수 있을 것 같아 찬찬히 걸어서 가보기로 했다.

     

     

    관광지스러운 느낌이 있으면서도 이 동네만의 소박한 사람 사는 분위기도 나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칭다오로 여행지를 정할 시점에는 예상하거나 기대하지 못했던 매력이었고, 이 날 걸으며 칭다오 오길 잘했다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야트막한 언덕 정상에 위치한 소어산 공원의 누각. (앞 두분은 모르는 분들이다)

     

    소어산 공원은 해질녘 풍경이 아름답다고 하는데, 적절하게도 딱 그 즈음에 도착했다. 입장 시 (이번 여행에서 유일하게) 알리페이는 불가하고 위챗페이로만 요금을 받길래 조금 당황했는데, 중국어 문장 한마디를 못하면서 알리페이만 반복해서 말하는 나를 보고("즈푸바오, 즈푸바오") 감사하게도 무료로 입장시켜주셨다.

     

    누각 꼭대기에 오르니 시내 전경과 바닷가 풍경이 한눈에 펼쳐졌다. 마침 미세먼지가 조금 심한 게 아쉬웠지만 칭다오의 다양한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었고, 이 날 하루 우리가 걸어온 길을 위에서 쭉 돌아보며 되새길 수 있어서 좋았다. 칭다오 여행의 마지막 방문지로 제격인 곳이다.

     

    이후부터는 미리 정해둔 일정은 없었고, 어딜 갈까 고민하다 전날 마셨던 칭다오 원장 맥주를 사고자 다시 MixC몰로 향했는데 결국 재고가 없어 사지 못했다. 원장 맥주를 살 분은 그냥 마음 편하게 보일 때 사시기를 추천한다. 번화가에서 걷다보면 파는 노점이 많이 보이는데, '나중에 제대로 된 판매처에서 사야지' 하고 마음 먹고 정작 몰이나 칭다오 맥주 직영점을 가보면 백이면 백 구할 수가 없더라.

    믹시몰을 성과없이 떠나기 아쉬웠던 차에 고씨가 줄곧 먹고 싶어했던 탕후루 파는 곳이 있다는 걸 알게 되어 잠시 들렀다. 고씨는 오사카 여행에 이어 탕후루에 미련이 많이 남은 상태였는데 정작 먹어보니 맛은 그냥 그랬다고 한다.

     

    완연한 밤이 되었고, 칭다오 필수 볼거리라는 신시가지 야경 LED 쇼를 보러 해안가에 위치한 마리나 시티로 향했다. 1일 1마사지를 위해 전날 들렀던 Zaishe 마사지샵 다른 지점이 마침 여기 있어서 저녁 식사 전에 미리 예약을 걸어두기 위해서기도 했다. 마리나 시티는 넓은 부지에 멋지게 들어선 상가였는데 대부분이 공실이었고 약간 일산의 죽은 상권 비슷한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오직 우리의 목적지인 마사지샵 하나만 성업하고 있었다. 두세시간 후로 예약을 걸어두고 해안가로 나오니 멋진 야경이 펼쳐졌다.

     

     

    시가지의 높은 고층 빌딩들(우리 숙소도 보였다)의 하나의 흐름으로 외벽 LED를 연출하는 쇼였는데 한눈에 담기 어려운 정도로 큰 규모로 화려하게 펼쳐졌다. 칭다오의 명물이 벽면에 차례로 지나가기도 하고, 주로 칭다오 관광 관련 컨셉으로 내용이 꾸려진 것 같았다. 이 많은 사기업들의 건물이 쇼에 동참하는 게 우리나라라면 가능할까 싶으면서도, 그래서 귀한 구경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생각보다 주변에 먹을 것이 마땅치 않아서 또 다시 MixC 몰로... (3회차) 방문을 했다. 몰 식품관에 요즘 핫하다는 남경 지방 요리집 난징 다파이당 南京大牌档 이라는 식당이 있어서 그리로 가보기로 했다. 웨이팅이 꽤나 길었는데, 번호 불렀을 때 답이 없으면 가차없이 번호를 서너단계 후순위로 밀어버리고 다음 번호를 부르는 대륙의 기상 덕분에 생각보다 금방 입장했다.

     

    중국요리는 자고로 여러 명이 종류를 시켜서 조금씩 먹는 맛인데, 우리는 단 둘이었지만 저렴한 물가를 생각해서 4인분 정도 되는 양을 시켰다. 동파육 덮밥, 간장 오리 요리, 딤섬, 순두부탕 등등을 시켰는데, 독특하면서도 다 맛있었고 (사진은 없지만) 순두부탕은 한국인 입맛에 딱 맞는 요리였다. 직원분이 간단한 숫자도 잘 못알아 들으실 정도로 아예 영어를 못하는 분이었는데 번역기 통해 정말 성심성의껏 우리 테이블을 챙겨주셔서 감사했던 기억도 난다. 중국에 왔으니 백주 한번 먹어야지 싶어서 52%짜리 량야타이주를 주문했는데, 이게 정말 독한 술인데 괜찮겠냐, 알고 시키는 거냐고 거듭 진지하게 물어보시기도 했다. 겉으로 봐서는 술을 못 먹을 것 같은 인상의 주당 부부... 오히려 좋았다.

     

     

    기분좋게 식사를 마치고 아이를 3일간 맡아주시는 장인 장모님 드릴 소소한 선물을 사러 몰 안에 있는 바나나인 Banana in 이라는 속옷 매장에 들렀다. 유니클로랑 비슷하면서도, 애플이 생각날 정도로 굉장히 깔끔하고 디테일이 살아있는 매장이어서 한국 오면 정말 잘 될 것 같다 싶은 곳이었는데 좀 찾아보니 중국에서 이미 감각적인 브랜드로 인기가 엄청나다고 한다. 인테리어만 힘을 준 게 아니고 옷의 원단도 퀄리티가 굉장히 좋았다. 칭다오 여행 내내 느낀 것이었지만 음식이나 서비스 류 대비 공산품들이 가격이 꽤나 비쌌는데, 이곳도 예외는 아니어서 웬만한 한국 브랜드와 비슷한 가격대였다.

     

    폐점 시간이 가까워진 몰에서 나와, 예약해두었던 마사지샵으로 가서 발마사지를 받았다. 20분 받은 것 같았는데 1시간이 지나있었다.

     

     

    우리가 마지막 손님이었던 마사지샵.

     

    샵에서 나와 숙소까지 바다를 따라 걷는 길은 제법 운치있었다. 기분 좋은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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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c itur ad ast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