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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 일본 여행] 오사카 大阪 - 2
    여행/2023 2023. 3. 12. 11:04

    전날의 피로가 풀릴 때까지 푹 자고 일어났다. 2박 3일 여행의 하이라이트, 이틀차 일정은..... 역시 먹는 것으로 시작했다.

    일본 일정에서 라멘을 빼놓을 수 없는데, 많고 많은 맛집 중 우리가 정한 행선지는 무기토 멘스케 麦と麺助 라는 곳이었다. 맛있기로 워낙 유명한 곳이고, 이미 리뷰도 많더라.

     

     

    우메다 역에서 한 정거장 더 올라간 나카츠 역에서 내려 걸어간 곳이었는데, 이 동네는 첫 날 돌아다녔던 도톤보리처럼 관광지가 아닌 그냥 사람 사는 동네였다. 11시 오픈 시간에 딱 맞춰 도착했는데 역시나 줄이 길게 서 있었고ㅠㅠ 총 한 시간 정도 기다렸다. 기다리는 손님들은 전날의 아지노야 와는 달리 일본인 비중이 더 높아서, 일본인 8 : 한국인 2 정도 비율이었던 것 같다.

     

    이 풍경도 한시간 동안 보았다. 세븐 일레븐 오-푼.

     

    입장 임박 10분 전부터 볼 수 있는 가게 대문. 멋드러진 명패가 깔끔하게 달려있다.

     

    하루 일정 시작도 전에 다리가 아파지는 시점에 겨우 가게로 들어올 수 있었다. 고씨와 난 이 집의 베스트 메뉴인 특제중화소바와 특제이리코소바를 각각 주문했다.

    그렇게 맞닥뜨린 라멘은..... 일단 비주얼이 대단했다. 과장 좀 보태 '아름다운' 라멘이었다 ㅋㅋ

     

     

    그리고 맛은 그 비주얼보다도 뛰어났다. 내가 먹은 이리코 소바는 멸치 육수 베이스의 라멘이었는데, 멸치 육수답게 깔끔하면서도 감칠맛이 폭발적이었다. 쉽게 표현하면 우리나라 잔치국수 국물을 에센스로 만들어, 그 에센스만을 모아 국물을 만든 것 같은.... 그런 맛이었다. 간단히 말해 태어나서 먹어본 라멘 중 제일 맛있었다.

    소소하게 재밌었던 부분은, 한국에서도 라멘집에서 얹어주는 김 한장의 역할이 현지에서는 완전히 다르더라는 점이었다. 보통 한국에서 라멘을 먹을 때는 국물에 젖어서 눅눅해진 김 한장을 입가심(?)으로 먹는 느낌이었고 가끔은 이게 왜 들어가는 걸까 생각이 들기도 했었는데, 여기서의 김은 그게 아니라 국물에 닿는 순간 미세한 가루가 되며 풀어져 국물에 녹아드는 김이더라. 쉽게 말해 김이 일종의 별첨 스프 역할을 하는 것.

     

    정말 대단한 만족감을 느끼면서, 오사카의 대표 관광지(이자 이번 여행의 유일한 관광지)인 오사카 성 大阪城 으로 향했다.

     

    이번 일본 여행 중 지하철을 이용할 때는 한국에선 막혀있는 애플페이를 요긴하게 써볼 수 있었는데, 그 편리함과 빠른 인식 속도(일반 카드보다도 배는 빠르다)에 놀랐다. 한국도 도입이 초읽기 중이지만 교통카드는 기약이 없다니 아쉬운 부분.

     

     

     

    전날부터 이렇다 할 커피를 못마셨던 커피 중독자 부부는 성 주변의 카페를 검색하다, 귀찮음을 이기지 못하고 성 입구 앞에 있는 스타벅스에 들렀다. 커피 한 잔 사 들고 오사카 성 공원 내로 들어가 산책로를 천천히 걷노라니, 이렇게 여유있게 여행해본 적이 언제였던가 훅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 뒤치닥거리에 쫓기든, 일정에 쫓기든 여행 중 완전히 마음을 내려놓고 즐기는 시간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되었으니.... 그리 생각하니 이 시간이 정말 행복했다. (그리고 정확히 몇 시간 후 일정에 쫓겨 뛰게 된다)

     

    오사카 성은 16년에 천수각까지 올라가보기도 했고, 특별히 뭐가 없다는 것은 알지만 한가로이 걷기 좋은 곳이라 들른 곳이었는데 역시나 그 점에서 무척 좋았다. 이번에는 굳이 천수각 올라가보는 것은 생략하고, 주변 구경만 하고 성 공원을 빠져나왔다.

     

    이후의 일정은 쇼핑 일정이었다. 쇼핑도 어디로 갈지, 여행 전부터 장소를 참 고민하다가 우메다 구경 기회 + 최대한 많은 매장(특히 Mens 단독 건물이 있다!) + 저녁의 스시야 위치 고려 끝에 우메다 한큐백화점 阪急うめだ本店 으로 정해두었다.

     

     

    한큐백화점 입구. 2007년에 처음 일본에 놀러가서 백화점에 갔을 땐 당시 한국의 백화점과 차원이 다른 건축, 인테리어를 보고 별천지를 경험하는 느낌이었는데, 이젠 한국이 크게 꿇리지는 않는 것 같다.

     

    여러번 일본 여행을 했지만 쇼핑을 목적으로 간 적은 없었는데, 이번에는 관광지 곳곳을 들르기엔 워낙 촉박한 일정이었기에 오히려 역으로 쇼핑 쪽으로 마음이 기울게 되었다. 특별히 꼭 사야겠다고 정해둔 것은 없었지만 국내에 매장이 없는 일본 도메스틱 브랜드에서 아이템 하나를 장만해야겠다는 목적 정도를 가지고 있었다.

     

    한큐백화점 본관(여성관)부터 들러보았는데, 과연 규모가 굉장했다. 이렇게 많은 고가 브랜드가 하나하나 큰 규모로 있는 매장은 강남권 백화점들 포함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던 것 같다. 국내엔 오프라인 매장이 없는 트렌디한 브랜드들도 많이 입점해있었고, 자세히 구경하려면 하루 종일 봐도 모자랄 것 같았다. 여담으로 쇼핑 생각은 전혀 없다며 시큰둥했던 고씨는 백화점 입장 10분만에 정확히 원했던 가방—천으로 되어있으면서 캐주얼하고 어디든 쉽게 어울리고 휘뚜루마뚜루 들 수 있는 가방—을 사들고 행복해했다.

     

    조금 정줄을 놓고 구경하다보니 저녁 예약 시간이 그리 멀지 않아 정작 정말 가보고 싶었던 남성관(한큐 멘즈)을 들르기에 시간이 너무 촉박하게 되어, 고씨가 지하 식품관에서 한국에 가져올 디저트를 고르는 동안 혼자 후딱 다녀오기로 했다.

     

    한큐 멘즈는 한큐백화점 본관과 아예 별도 건물로 구성되어 있다.

     

    남성관도 규모가 크고 브랜드도 정말 많았는데, 마음이 급해서 자세히 보기가 어려웠고... 몇 개 입어볼 시간도 없을 것 같아 이 물건 저 물건 들었다 내려놓기만 했다. 여행 전부터 구경해보고 싶었던 브랜드 KAPITAL에서는 그래도 아우터 두어개를 입어봤는데 (예상은 했지만) 너무 파격적인 시도 느낌도 있었고 ㅋㅋ 상징적인 아이템들은 재고가 없어 아쉽게 허탕을 쳤다. 그렇게 시무룩하게 본관으로 다시 돌아왔고, 어느덧 스시를 먹으려면 슬슬 뛰어가야 하는 타이밍이었다 ㅠㅠ

     

    목적을 달성한 고씨는 행복하다.

     

    뛰느라 여유있게 주변을 볼 상황은 못되었지만 우메다의 도시 야경은 참 예뻤다. 이 부근의 오사카는 도쿄 쪽 느낌이 있다.

     

    여유있는 쇼핑을 포기하고 그렇게 뛰어간 스시야는 스시 소고로 鮨 惣五郎. 스시 예약도 어림잡아 한달은 고민했던 것 같은데, 일단 몇달 혹은 1년 전부터 예약이 차는 초인기 업장(제일 가고 싶었던 스시 하라쇼...)이나 온라인이 아닌 전화 예약만 가능한 소수 업장을 제외하니 거진 열 군데 정도가 후보였던 것 같다. 미슐랭 원 스타 스시 미나즈키를 처음에 예약해두었다가, 너무 실험적인 요리를 많이 내고 퀄리티도 그닥이라는 평들이 있어 취소하고 타베로그 평이 좋았던 스시 소고로 쪽으로 정하게 되었다. 여기는 한국 웹 상에 후기가 아예 없어서, 국내 포털에서 블로그 검색하면 아마 이 포스팅이 유일한 포스팅이 될 것 같다.

     

     

     

    오사카의 유명 스시야가 대거 자리한 키타신치 역 근처에 있는 곳이었고, 우메다 역에서는 뛰어서 7-8분 정도 거리였다. 다행히 오마카세 시작 직전에 맞춰 도착할 수 있었다. 업장은 생각보다 소박했는데, 딱 여섯 석만 있는 아주 아담한 크기였다. 

     

    귀여운 액자.

     

    리뷰에서 미리 확인하고 갔던 대로 굉장히 어려보이는 (심지어 좀 얼치기로까지 보이는) 오너 셰프가 스시를 냈다. 정말 간단한 수준의 영어만 할 줄 아는 분이라 요리 소개를 자세히 듣기 쉽지 않았는데, 손짓발짓 + 파파고의 도움으로 그나마 감을 잡을 수 있었다. 그래도 츠마미 파트 이후 스시부터는 일본어로도 익숙하게 들어왔던 네타들이라 크게 어려움은 없었다.

     

    일단 이런 저런 설명하기 전에 사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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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부터 끝까지 감탄을 연발하며 먹었다. 츠마미는 처음 접하는 독창적인 요리들이라 좋았고(뱅어는 비주얼에 많이 놀랐다...), 역으로 스시는 화려하게 기교를 부리지 않으면서도 니기리 하나하나 밸런스가 정말 좋았다. 애초에 네타들이 모두 고급 어종 엄선이기는 했지만, 숙성도도 완벽했고 셰프의 쥠도 수준급이었던 것 같다.

    베스트를 꼽자면 츠마미 중에선 킨메다이(금눈돔), 스시 중에선 아오리이카(무늬오징어)와 노도구로(금태). 특히 아오리이카는, 오징어류 스시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도 입에 넣었을 때의 섬세한 식감 + 감칠맛에 정말이지 충격을 받았다.....

     

    당연하지만 살면서 경험한 스시 중 단연 최고였고, 큰 마음 먹고 오마카세 인당 22,000엔, 술까지 해서 딱 떨어지게 50,000엔이나 쓰고 나왔지만 돈 값을 제대로 했다고 느낀 식사였다. 앞으로 스시를 먹는다면, 이 곳을 기준으로 삼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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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도 많이 많이 마셨다. (여기에 맥주, 하이볼 추가...) 사진의 니혼슈들은 내가 니혼슈알못이기에 뭐가 뭔지 구분은 못하고, 다 맛있게 먹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을 굳이 꼽자면 공간과 기물의 고급감(?)이나 접객의 세심함은 동 가격대의 국내 스시야들보다는 좀 떨어진다고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본고장 일본이 한창 신생 스시야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한국보다는 조금 낡은 부분이 용인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일본에서 스시야를 가 본적이 처음이라, 이건 나중에 다른 곳을 가보면서 자연스레 알게 될 것 같다 ㅋㅋ 
    또 뒷주방 요리들까지 오너 셰프가 온전히 혼자 하느라 너무 분주하던데(보조 직원이 두명이 붙어있는데 전혀 하는 일이 없더라), 요리에 욕심이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접객과 요리 퀄리티 모두에 그렇게 도움이 되는 운영 방식은 아닐 것 같았다. 어쩌면 이 날 뭔가 사정이 있었을 수도?

     

    다시 도톤보리로 돌아오니 9시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었다. 일본에서 계획했던 것 중 하나가 니혼슈를 사가는 거였는데, 돌아다니면서 짬짬이 알아본 결과 빅카메라 난바점 에 주종도 많고 저렴하다길래 후딱 들렀다. 워낙 늦은 시간이라 목표로 했던 닷사이는 없었고, 만인의 사케 쿠보타 만쥬와 보리소주(귀국한 당일 밤 다 마셔버렸고, 이름을 잊었다)를 한 병 사서 호텔에 가져다 두었다.

     

     

    배는 불렀지만 오사카에 왔는데 타코야끼를 안먹을 수 없어서, 도톤보리 최중심지에 있는 타코야끼집 앗치치 혼포 あっちち本舗 에 들러서  도톤보리 강 벤치에 앉아 즐겁게 나눠 먹고 강을 따라 산책을 했다.

     

     

     

    안에 들어간 문어도 통통하고, 무난하게 맛있었다.

     

     

    바로 옆 돈키호테에서 한국에 가져갈 약 몇가지랑 안주류를 사려고 면세 계산 줄에 섰는데, 계산까지 최소 한시간은 족히 기다려야할 정도로 대기 인원이 끝없이 서 있는 것을 보고 현타가 와서 다음 날 다른 드럭스토어에 가기로 하고 다시 나왔다. 대부분이 한국분들이시던데, 돈키호테가 구경의 재미를 제외하곤 그 많은 사람에 치여가며 단순 계산에만 그 긴 시간 줄을 서야할 정도로 메리트가 있는 곳인지는 모르겠다. (여행에서 한시간의 가치가 얼마나 대단한가!) 요즘 직구가 안되는 것도 없고, 가격 차이가 없거나 그다지 크지 않은 다른 쾌적한 드럭스토어도 곳곳에 많고..... 안 가면 안되는 곳 처럼 너무 맹목적으로 가는 경향이 있지 않나 생각했다.

     

    마지막 날 밤이 지나는 것이 아쉬워 2차 장소를 물색했지만 멀리까지 맛집을 찾아가기는 시간이 너무 늦었다. 이틀 간 숙소를 오갈 때마다 곁눈질로 보았던 호텔 바로 앞 쿠시야키 사루 串焼き 猿 라는 꼬치구이 집에 들렀다.

     

     

    야키토리를 위주로 다양한 꼬치구이를 주력으로 파는 곳이었는데, 맛은 무난했다. 다만 먹기가 좀 찝찝할 정도로 가게가 너무 지저분해서 감흥이 더 좀 적었던 것 같고, 영업 종료 시간이 슬슬 임박해서 가게 주인과 알바 분이 열심히 설거지를 하는데 주방세제를 하필 우리가 먹고 있는 카운터 앞에 올려놓고 하시기도 해서 ㅋㅋ 온전히 맛있게 즐길만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굳이 찾아갈만한 곳은 아닌 것 같다.

     

    그렇게 이틀차 여행을 마무리했다. 역시 2박 3일은 짧다는 걸 이번에 정말 많이 느꼈다.

    댓글

sic itur ad ast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