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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 일본 여행] 오사카 大阪 - 1
    여행/2023 2023. 2. 26. 00:46

    19년 4월에 오키나와를 갈 때만 해도 전 지구에 역병이 돌아 해외여행을 4년동안 못 갈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 간 이직도 하고, 두번째 박씨도 태어나고 겨를이 없던 것도 사실이었는데, 이제 정말 다시 나가볼 때도 되지 않았나 싶어 만만한 일본으로 급 2박 3일 여행을 다녀오게 되었다.

    아이 둘을 데려갈지, 한 명만 데려갈지, 둘 다 두고 갈지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했지만 오랜만에 여행하는 김에, 아이들 뒤치닥거리가 아닌 온전히 여행다운 여행을 해봐야겠다 싶어 고씨와 둘이서만 하는 여행으로 가닥을 잡았다. 아이들 맡아주신 처가엔 죄송했지만....

     

    이왕 둘이 가는 김에 '아이들 데려가기 힘든 곳들에서 맛있는 거 먹기'가 여행의 메인 타겟이었고, 자연스레 오마카세는 꼭 한번 먹어야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스시의 성지(맞나?) 도쿄도 처음엔 고민을 했으나 결정적으로 도쿄는 고씨와 둘이 한번 다녀온 적이 있기도 했어서 최종 선택지에서 제외했고, 일본 제2의 도시(맞나?) 오사카로 정했다.
    내 경우 오사카는 사실 16년에 회사 출장으로 잠시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벌써 7년 전이기도 하고 패키지 투어 인솔 역할이었던지라 ㅋㅋ 도톤보리 정도는 한두시간 걸어봤지만 그 외에 자유여행의 맛은 느끼지 못했어서, 다시 가도 새로울 것 같았다.

     

    9:30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아침 일찍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간만에 온 공항은 은근 구석구석 리노베이션된 곳들이 많았는데, 면세구역 2층의 음식점은 여전히 맛이 없었다. 하지만 그 대비로 맛의 천국 오사카 음식들이 더 맛있게 느껴질 것이기에... 오히려 좋았다!

     

    사진을 뚫고 나오는 고씨의 두근거림

     

    그렇게 두시간 반 후에 간사이 공항 도착! 코에 일본 특유의 공기가 바로 느껴졌다.

    공항에서 오사카 시내 난바로 들어가는 라피트 열차 왕복권은 한국에서 미리 바우처를 구매해갔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서 난카이 특급 열차를 탔다. 기차인 라피트와는 달리 일반 전철 같은 타입이라 살짝 불편하긴 했는데 그 또한 재밌고 좋았다.

     

    한국인 특) 전철에서 아무것도 아닌 사진 찍기

     

    난바역은 어마어마하게 큰 역이었고, 평일 낮인데도 사람이 정말 많았다. 일단은 무거운 캐리어부터 맡기기 위해 호텔로 직진했다.

    보통 여행 때 호텔은 웬만하면 (비싸고) 좋은 곳을 택하는 편인데, 이번 여행은 호텔에 있을 시간이 극히 적을 것 같아서 벳셀 인 난바(Vessel Inn Namba) 라는, 도톤보리 중심에 위치한 비즈니스 호텔을 택했다. 어쩌다 보니 사진을 찍은 게 하나도 없는데, 방은 정말 발디딜 틈 없이 좁지만 ㅋㅋㅋ 무척 깨끗하고 인테리어도 모던하고 필요한 것은 다 있는, 다시 오사카를 가더라도 또 묵고 싶은 호텔이었다.

     

     

    이 횡단보도를 건널 때가 내가 정말 해외로 왔구나 처음 실감한 순간이었다. 생소한 풍광에 마음이 정말 설렜다.

     

    짐을 맡기고 나오니 1시를 좀 넘긴 시간이었고, 늦게나마 점심을 먹으러 미리 알아둔 근처 오코노미야끼 전문점인 아지노야(味乃家)로 갔다.

     

     

    타베로그 점수 상위 기준 오사카에서 손에 꼽는 유명한 집이고, 한국인 포함 관광객들도 워낙 많이 가는 곳이라 각오를 하긴 했는데 무려 한시간 반 이상 줄을 서서 기다렸다. 거의 세시가 다 돼서 들어가게 된 셈인데, 이후 저녁 식사로 거하게 예약을 해둔 곳이 7시 타임이라 마음놓고 배불리 먹기에 부담이 슬슬 되는 상황이었다.

     

    이 풍경을 한시간 반 동안 보았다...

     

    그래도 기다린만큼 보람이 있는 맛이었다! 매장에서 가장 유명한 3대메뉴(스페셜 오코노미야끼, 네기야끼, 야끼소바)를 시켰는데, 첫 타자로 나온 야끼소바를 한 입 먹었을 때 살짝 소름이 돋았을 정도.... 한국에서 먹었던 같은 음식들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수준이었다. 역시 일본은 이러나저러나 먹으러 오는 나라다.

     

    3일간 매 끼니마다 술을 먹은 부부가 있다?

     

    그리고 배를 두드리며 도톤보리와 근처를 소화시킬 겸 구경했다. 특별할 것은 없어도 사람 구경, 상점 구경 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7년 전에 왔을 때보다 개성있는 간판들이 더 많아진 것 같더라. 일본 여행의 필수 코스 돈키호테도 전 층 한번 돌며 구경하고, 큰 박씨 줄 산 리오 캐릭터샵도 들러서 기념품도 샀다. 도톤보리는 정말 어딜가나 한국인이 굉장히 많았는데, 코로나 이전의 명동의 중국/일본인 관광객 수준으로 많다고 보면 된다.

     

    도톤보리의 상점 간판들은 일단 뭐라도 하나 튀어나와있는 것부터 시작한다.

     

    관광객이라면 무조건 사진 한번 찍히는 스팟, 글리코 상 사인 앞.

     

    해가 지면서 도톤보리는 더 화려해졌다.

     

    역시나 간판이 예사롭지 않은 금룡라멘. 정작 맛은 그냥 그렇다고 들었는데, (주로 관광객이겠지만) 늘 대기하는 사람이 길게 줄지어 있었고, 도톤보리 일대에서만 서너군데 지점을 본 것 같다. 오사카의 백종원이 운영하고 있다고 보면 될까...

     

    구로몬 시장은 아쉽게도 시장 폐장 이후에 발이 닿아 구경하지 못했다.

     

    저녁 식사 예약 시간인 7시까지 정말 쉬지 않고 걸었는데, 사실 배부르게 먹고 음식점을 나온지 3시간만에 또 저녁 식사를 시작해야한다는 압박감에 ㅋㅋ 소화를 위해서 의식적으로 다닌 것도 컸다.

    이렇게 예약했던 곳은 오사카 지역 대표 음식 중 하나인 쿠시카츠를 전문으로 하는, 로쿠카쿠테이(六覺燈)였다. 이번 여행 중 두 번의 저녁 식사는 예산을 아끼지 말고 가장 맛있는 곳에서 먹어보자는 느낌으로 잡았는데, 대개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인 쿠시카츠를 다르게 접근해서 고급화해서 내는 곳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미리 점찍어둔 곳이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도쿄에도 지점을 하나 냈고, 그 지점이 미슐랭 원스타 선정이 되었다고 한다. 국내 웹에서는 회자가 많이 안된 곳이라 리뷰를 많이 찾을 수는 없었지만, 그 몇 안되는 평 + 타베로그 현지인들 평이 아주 좋길래 기대가 컸다.

     

    음식점의 분위기는 예상대로 아주 좋았고, 전반적인 매장 컨셉이 고급 스시야와 비슷했다. 일본인이 아닌 그룹은 우리 뿐이었던 것 같은데, 영어를 능숙하게 하는 직원은 없었지만 다행히 친절하게 영어 메뉴판이 준비되어 있었다. 어차피 오마카세 코스 고정인 곳이라 메뉴를 보고 선택을 할 것은 없긴 했는데, 무려 쿠시카츠 20개(솔직히 다 못먹을 줄...)가 하나씩 나오는 구성이다보니 해당 순서대로 나오는 튀김이 무엇인지 메뉴에 자세히 써있어서, 요긴히 참고했다.

     

    오붓하이~

    음식 맛은 (예상했지만) 대단히 훌륭했다. 쿠시카츠 튀김옷이 정말 부드러우면서도 바삭했고, 안에 들어있는 각 내용물들의 맛이 복합적이면서도 하나하나 선명하게 살아있었다. '튀김이 다 맛있지 뭐~'가 아닌 그 이상의 수준이 있음을 분명히 보여줬다.

     

    이 날의 베스트. 닭가슴살을 얇게 말아 튀긴 쿠시카츠 위에 톤부리(당시엔 캐비어인줄 알았음...)를 얹었는데, 맛과 식감 모두 조화로움의 극치였다!

     

    크게 배가 고픈 것까진 아니었던 시점에 튀김을 20개를 먹자니 배가 터지는 것 같았는데, 그래도 디저트 아이스크림에 커피까지 코스를 남김 없이 마무리했다. 술도 나마비-루, 하이볼, 와인 다양하게 많이 마셨다.

     

    원래는 매일 밤 2차, 3차 맛있는 곳에서 소소하게 술 한잔 계속 이어갈 생각이었는데, 좋아 보이는 곳이 얼핏 봐도 많아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뭔가를 먹을 수 없을 것 같아서 ㅋㅋㅋ 드럭 스토어에서 몇가지 물건들을 사고 호텔에 돌아왔고, 그렇게 여행 첫날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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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c itur ad ast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