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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 일본 여행] 오키나와 沖繩 - 3
    여행/2019 2019. 4. 28. 00:01

    3일째로 넘어가는 밤에 아이(이하 박씨)가 속이 좋지 않은지 몇번씩이나 설사를 했다. 고씨와 나는, 메리어트 호텔에서 대여해준 유모차의 버클이 상당히 더러웠는데, 박씨가 전날 종일 그 버클을 입에 넣고 빨아서가 아닐까 추측해보았다. 어른들 욕심 채우러 데려와서 아이를 고생시키나 싶어 적잖이 미안하고 마음이 무거웠다. 설사하는 것 말고는 컨디션과 기분은 좋아보였지만 일단 무리하지 않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기로 하여, 일단 오전에 가기로 했던 수영장은 스킵하고 좀 쉬다가 점심께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다행히 특별한 방문처는 없이 아메리칸 빌리지 근처 몰에서 쇼핑하며 보내기로 한 날이었다.

     

    <해가 드는 호텔 로비>

     

    날이 꽤나 개어서,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파란 하늘을 보았다. 호텔에서 30여분 해안가를 따라 달려 도착한 첫 목적지는 여행책 Tripful 에서 본, 요미탄에 위치한 음식점 섬야채식당 티안다 島やさい食堂てぃーあんだ 였다. 

     

     

    출발과 동시에 자기 시작한 박씨의 낮잠 패턴을 끊지 않기 위해, 식당에 들어가기 전 바로 옆 아파트 주차장에서 한시간 가까이 대기했다. 10개월 아기랑 여행을 오면 주차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꽤 길다. 비록 차에 앉아서이기는 해도 여유를 즐길 수 있어 좋았다. 요미탄의 이쪽 동네는 일반 관광지라기보다는 한적한 어촌 도시의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나름의 멋이 있는, 좋은 동네였다. 주변에 제법 괜찮은 카페와 음식점들이 있어보였는데, 다음에 다시 오키나와를 온다면 다시 들러 볼 생각이다.

     

    <주차장 뷰>
    <티안다 도착.>
    <어리둥절 박씨>

    전날 들른 테츠코노 소바가 정겨운 시골집 느낌이었다면, 티안다는 모던함과 정겨움 중간 어딘가에 포지셔닝한 컨셉이었다. 여유롭고 조용하고 깔끔하고... 일본 식당 다웠다. 음식도 그랬다. 상호 앞의 '섬야채식당' 이라는 말 그대로 오키나와의 깨끗한 가정식을 즐길 수 있었다. 반찬 하나하나가 맛있었는데 이름들은 모르겠고... 특히 돼지고기 조림이 입에서 살살 녹았다. 평점 4 / 5. 박씨가 심히 떼를 써서 먹는데 집중을 제대로 못했지만... (심지어 중간에 배변💩... 가게 주인분이 상황을 파악하시고 인심 좋게 다다미방 구석 쪽 자리로 인도해주셔서 무사히 기저귀 갈이를 했다) 

     

    <맛있었던 음식. 각각 덴푸라 정식 / 돼지고기 정식 세트를 먹었다.> 

     

    <음식점에서 기르시는 고양이가 팔자 좋아보였다. 이 곳의 분위기를 바로 보여주는 사진인 듯.>

     

    다음으로 향한 곳은 아메리칸 빌리지 바로 옆에 위치한 이온몰 차탄점.

     

     

    특별히 뭔가 사야겠다고 정해서 간 곳은 아니었고, 박씨를 데리고 편하게 돌아다닐 곳을 생각해보니 몰 외에 떠오르는 곳이 없어 고른 선택지였다. 이온몰 차탄점은 이전 여행에서도 한번 들렀던 곳이기도 해서 익숙하게 구경했다. 규모가 그리 크진 않고 시설도 좀 낡은 편이지만 간단히 한두시간 보내기엔 좋은 것 같다.

    몰 안에 있는 ABC 마트에서 박씨가 조금 더 크면 신겨줄 반스 체커보드 슬립온 한 켤레를 사고 (특별히 가격적인 메리트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여행 온 기분으로 샀다), 회사 사람들에게 돌릴 기념 과자랑 박씨가 먹을 이유식(저녁에 먹일 이유식을 깜빡하고 호텔에 두고 나옴), 우리가 먹을 거리 몇 가지도 샀다. 애주가 부부답게 여행 중 좋은 사케를 한 병 살 계획이 있었기에 몰 들른 김에 한 병 살까 싶어 사케 코너도 좀 둘러보았다. 일단 목표로 삼았던 닷사이는 없었고 구보타 만쥬가 5000엔 내외였는데, 고민하다가 나중에 면세점에서 더 다양하게 보고 사기로 하고 그만두었다. 그리고 이것은 큰 실수였음을 다음 날 깨닫게 된다.....

     

    아메리칸 빌리지의 상징인 대관람차 근처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몰 옆 인도에서 대관람차가 보이길래 뜬금 없이 기념 사진을 찍었다. 우리 나라로 치면 홈플러스 잠실점 옆 길가에서 갑자기 셀카찍는 외국인 관광객 모습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그래도 재미있는 사진을 많이 건졌다.

     

     

    그리고 벌써 어둑어둑 해질녘,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될 저녁 식사를 위해 류큐노우시 琉球の牛 로 향했다.

     

     

    류큐노우시, 말 그대로 류큐(오키나와)의 소고기를 파는 야키니쿠 전문점이다. (그러고 보니 점심엔 섬야채, 저녁엔 섬고기...) 오키나와 전체에 지점이 세네군데 있고 각 지점마다 컨셉이 조금씩 다른 것 같은데, 우리는 중부 온나에 있는 본점에 갔다. 왜 여기가 여행의 하이라이트냐 하면, 이전 여행 때 정말 환상적인 미식 경험을 했던 곳이기 때문이다. 일본 특유의 마블링을 자랑하는 소고기를 맛볼 수 있는 곳. 6시쯤 도착했는데, 10분 정도 기다리다가 자리로 안내받았다. 나올 때 보니 대기인원이 어마어마하더라.

     

    소고기 급에 따라 가격이 천지차이인데, 처음에는 중간 단계에 있는 상급 로스 2개(정확히는 '개'가 아닌 별도의 단위인데, 몇 g인지 기억이 안난다)을 주문했고, 여기다 예전에 맛있게 먹었던 소고기 스시 6피스를 추가했다.

     

    <지글지글 로스>

     

    <녹아 없어지는 소고기 스시>

     

    소고기 스시는 역시나 굉장히 맛있었다. 다만 상급 로스는 맛은 있으나 예전에 비해선 뭔가 좀 아쉬운 느낌이라 마음 한 구석이 헛헛했던 차에... 자주 올 수 없는 곳이니 한번 제일 비싼 메뉴를 시켜보자는 고씨의 제안에 '오키나와산 극상 와규' 하나를 주문했다. 4,000엔짜리 메뉴였는데 한 젓가락짜리 얇은 소고기가 딱 다섯 점 나왔다. 한 점에 약 8000원...

     

    <배어나온 기름이 보이는가. 살코기보다 지방 함량이 더 높은 마블링>

     

    아... 그런데 놀랍게도 그 돈을 주고 먹을 가치가 있었다. 입 안에서 펑펑 터지는 고소한 소 기름의 향연! 심지어 다 씹고 목구멍으로 넘기고 나서도 그 여운이 입에 계속 남아 황홀할 지경이었다. 대만족.

    마무리로 소고기 초밥 네개랑 우설을 추가했다. (많이도 먹었다.) 우설을 제대로 먹어본 것은 처음이었는데, 비주얼에서 느껴지는 그로테스크함은 논외로 고소하고 맛있었다. 총평 4.5 / 5.

     

    먹다보니 시간이 제법 늦어져서 막판에는 박씨가 징징거리며 떼를 썼다. 이온몰에서 산 이유식도 입맛에 맞지 않는지 잘 먹지 않았다. 미안한 마음으로 밤길을 달려 호텔로 돌아왔다. 부리나케 씻겨 재우고 맥주 한 잔 하며 마지막 날 밤을 마무리.

     


    마지막 4일차는 2시 비행기다 보니 특별한 일정은 없었다.

    여행에서 돌아오는 마지막 날은 늘 아쉽고 마음 한켠이 무거운데 (그래서 고씨와 나는 돌아오는 날 인천에 내려서 다음 여행 항공편을 예약한 적도 몇 번 있었다), 아기를 데리고 여행을 하니 얼른 집에 돌아가서 편하게 쉬고 놀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서 처음으로 중립적(?)인 기분이었다. 몸도 좀 안좋아보여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예전 여행에서 귀국할 땐 전날 밤에 역대급 과음을 해서 공항이 어떻게 생겼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았다. 이번에 보니 굉장히 깔끔하고 작지만 구색을 제법 갖춘 공항이었는데, 찾아보니 바로 올해 초에 전면 리뉴얼했다고.

    체크인을 하고 간단히 식사를 하러 4층으로 올라갔다. 여러 음식점이 푸드코트 식으로 자리잡고 있었는데, 우리는 요시노야(규동) X 하나마루(우동) 콜라보 식당 에 갔다. 공항 음식이 거기서 거기지 하고 고씨는 규동, 나는 소고기 반숙 계란 붓카케 우동을 주문했는데 퀄리티가 매우 괜찮았다. 평점 3.5 / 5. 개업빨도 있으려나?

     

    오키나와 공항 면세점은 크게 출국 심사 구역 이전과 이후 섹션으로 나눌 수 있다. 이전 섹션은 먹거리, 볼 거리도 적당히 있다. 일정 상 들르지 못했던, 미나토가와의 유명 디저트 카페라는 오하코르테의 분점이 마침 있어 타르트 두개를 샀다. (귀국 후 집에서 먹었는데 매우 맛있었다.) 무인양품 매장도 있어서 무지 퍼셀도 면세가로 한 켤레씩 샀다.

    다만 출국 심사 이후 구역 면세점은 굉장히 단촐해서, 살만한 것이 거의 없다. 우리는 그걸 모르고 이후 섹션에 있을 면세점을 기대하며 전날부터 사케 사는 것을 미루고 미뤘던 것이나... 가보니 사케가 손에 꼽을 정도로 종류가 적었다. 면세점에서 뭔가 살 계획을 가지고 있다면 그냥 시내에서 사도록 하고, 공항에서 사더라도 꼭 출국 심사 이전 구역에서 사두자. (당연히 심사 후엔 이전 구역으로 돌아올 수 없음)

     

    귀국하는 비행기에선 박씨가 또 이륙 전에 잠에 들어주시었다. 다만 이번엔 착륙 30분여전에 깨서 좀 당황했지만, 크게 칭얼대지 않고 놀며 잘 버텼다.

    장염이 약간 걱정되는 상황이었기에 바로 공항 근처에 있는 휴일도 하는 병원을 찾아갔다. 롯데마트 영종도점에 딸린 모 병원이었는데, 나이가 지긋하신 의사 분이 진료를 보시긴 했으나 진료의 전문성이 좀 없어보이셨다... 어쨌든 다음날 늘 가던 동네 병원도 들르고 했는데 큰 문제 없는 것으로. :) 

     

    오키나와 여행은 이렇게 마무리. 특별히 한 건 딱히 없고 아기 챙기느라 몸과 마음이 분주했지만, 결론적으론 다녀오길 잘 한 것 같다.

    댓글

sic itur ad ast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