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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 중국 여행] 칭다오 青岛 - 1
    여행/2024 2024. 3. 8. 00:44

    부부 둘이 여행을 한번 맛봤더니 올해도...? 라는 생각이 연초부터 스멀스멀 피어오르던 차, 엉겁결에 삼일절 연휴에 2박 3일 항공권을 끊었다.

    스카이스캐너에서 낮은 가격순으로 항공권을 검색했더니 제주도보다 상위에 뜨는 지역이 있었으니 바로 칭다오였다. 중국은 상하이로 신입사원 연수를 갔던 2016년(모 화장품 회사 호시절...) 이후 처음 시도라 약간 두렵기도 했는데, 그를 넘어선 가격의 메리트가 워낙 대단했고 살짝 검색을 해보니 다녀온 사람들 평도 제법 좋은듯해서 덜컥 예약을 하게 되었다.

     

    표를 끊고 나서 더 알아보니 싼 항공권 가격에는 비싸고 번거로운 중국 비자 발급이라는 대가가 있었는데, 셀프 비자 발급을 해보니 생각보다는 수월하였다. 괜한 두려움에 비자 발급 대행을 택하는 사람들도 많던데, 비자 센터와 거리가 있는 지역에 살거나 컴퓨터 사용이 어려운 고령이 아닌 이상에야 대행 맡기는 사람을 짐 싸서 말리고 싶을 정도로 누구든 약간의 시간만 할애하면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한시간 좀 넘게 비행하니 칭다오에 금방 도착했다. 듣던대로 공항은 무척 깔끔했고 인천 공항이랑 상당히 비슷한 느낌이었다.

    호텔이 위치한 시내까지 이동하는 건 택시, Didi(중국용 우버), 공항버스, 지하철 정도 옵션이 있었는데, 시간은 모두 비슷하게 1시간 남짓 걸리는 모양이다. 우리는 저렴한 공항버스로 이동을 했다. 이 때 매표소에서 표를 끊으면서 언어적 의사소통이 전혀 되지 않는 나라에 왔음을 처음으로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묵었던 그랜드 매디슨 칭다오 하버뷰 호텔. 도심의 고층 빌딩 사이에서도 거의 가장 높은 축에 속하는 건물이었다. 그럼에도 가격이 아주 저렴했는데, 예전에 레지던스 식으로 운영하던 걸 최근에 용도 변경한 모양이었다. 방도 굉장히 크고 청결도도 나쁘지 않아 3일간 편히 지냈다.

     

     

     

    슬슬 점심 때가 되어, 미리 점찍어뒀던 카오위 식당 루위 2013이 있는 MixC 몰로 이동했다. MixC 몰은 칭다오의 가장 유명한 몰인데, 과연 시설도 매우 훌륭하고 볼거리, 살거리, 먹을거리가 많은 곳이었다. 전반적으로 어딘가 여의도 IFC몰 비슷한 느낌이면서도 모든 면에서 그보다 조금 우위라는 인상을 받았다.

     

     

     

    루위 2013은 칭다오 여행 간 한국인이라면 한번씩 다 들러서 농어 카오위를 먹는 바로 그 식당인데, 이유가 이해되는 맛이었다. 한국인이라면 좋아할 수 밖에 없는 마늘향, 적당한 매콤함, 무엇보다 농어 자체에서 우러나오는 맛이 정말 일품이었다! 미식의 나라에 왔음을 알리는 임팩트 있는 첫 식사였다.

    중국은 알리페이만 있으면 더 이상 현금이 필요없는 나라라는 이야기를 듣고 환전을 한푼도 하지 않았는데, 이 식당에서 처음으로 알리페이로 주문을 경험했다. 스포하자면 듣던대로 여행하는 3일 내내 현금을 쓸 일이 없었음은 물론이고, 야시장 노점을 포함한 그 어느 곳에서도 중국 돈을 '목격'조차 하지 못했다. 이 큰 나라의 결제 문화가 어떻게 이렇게 디지털 전환을 빠르게 이뤄냈는지... 새삼 놀랐다.

     

    날씨가 예상보다 너무 추워서 유니클로(...)에서 경량패딩을 하나씩 사서 껴입고 한중일의 합일을 이룬 뒤, 다음 행선지인 칭다오 맥주 박물관으로 향했다. 가장 전형적인 스팟이지만 누구도 아니갈 수 없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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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지 자체도 탁 트여있어서 멋졌고, 처음 공장이 세워졌던 독일 식민지배 시절부터 현재까지의 역사 소개를 시작으로 맥주 시음과 공장 가동 관람까지 풍성한 콘텐츠를 갖춘 곳이었다. 최근의 그 뉴스를 자꾸 떠올리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었지만..... 맥주에 오랫동안 진심이었다는 점은 느낄 수 있었다.

     

     

    (유통기한이 7일 정도로 짧아서) 칭다오에서만 맛볼 수 있는 원장 생맥주를 여기서 처음 마셨는데, 정말 맛있었다! 맛이 두배로 진한 라거라고 보면 얼추 비슷하다. 사진 아래에 보이는 꿀땅콩 안주도 궁합이 아주 좋았는데, 기념품 샵에서 사람들이 박스로 사가는 걸 볼 수 있었다.

     

    슬슬 저녁이 가까워졌는데 먹거리로 유명한 타이동 야시장이 마침 맥주 공장에서 멀지 않아서 저녁 식사 겸 가보기로 했다. 시장 입구에 도착해서 추위도 피하고 배도 좀 꺼뜨릴 겸 카페에서 잠시 쉬었는데, 막상 야시장에서 뭔가 사먹자니 어려운(?) 음식들도 많아서 식사를 대체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고, 역시 춥기도 너무 추워 야시장은 일단 지나가면서 구경만 하고 근처 양꼬치 집에서 식사를 한 뒤 다시 고민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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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시장은 흡사 예전 명동 느낌이었고 역시 별별 것을 다 팔고 있었는데, 각오했던 전갈/벌레류는 크게 눈에 띄지 않았지만 범접하기 어려운 냄새를 풍기는 음식이 많았다. 그 와중에 맛있어보이는 것들도 좀 있었지만 또 지나칠 일이 있겠지 생각하며 구경만 하고 지나갔다. 야시장을 지나 양꼬치 집까지 가는 길은 꽤나 어둡고 으슥한, 웬만한 관광객의 발이 닿지 않을 것 같은 완전 로컬 느낌의 길이었는데, 오히려 그 느낌이 좋았다.

     

    양꼬치집은 무예슬거라는 음식점이었다. 나중에 Didi 이동할 때 보니 다른 지점도 눈에 띄던데 분점도 꽤 있는 모양이다. 손님이 많아서 30분 이상 웨이팅을 했다. 고기 굽는 냄새가 너무 좋아서 기다리는 데 좀 힘이 들었다.

     

     

     

    양꼬치는 한국에서 워낙 오랫동안 많이 먹어봤기에 기대치가 엄청 큰 것은 아니었는데, 정말 감탄스러운 맛이었다. 고기 자체를 다른 고기를 쓰는 건가 싶을 정도로 육즙도 풍부하고 특유의 향이 굉장히 좋았다. 현지인들 테이블을 보니 양꼬치 말고도 연유빵, 마늘, 야채꼬치 등 다양하게 구워먹고 있어서 따라 시켜봤는데 다 맛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배터지게 먹었는데도, 맥주 포함 겨우 2만원 좀 넘는 돈이 나왔다...

    루위만큼 관광객에게 많이 알려진 곳은 아닌듯한데 누가 칭다오 여행을 한다고 하면 꼭 소개시켜주고픈 맛집이다. 양꼬치엔 칭다오, 양꼬치는 칭다오.

     

    배가 너무 불러서 야시장은 스킵하기로 하고, 1일차 마지막 미션인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인터넷에 보니 마사지샵계의 애플스토어 느낌으로 깔끔함을 자랑하는 Zhaishe House Tuinayuan 이란 곳이 있길래 그리로 향했다.

     

     

     

    딱히 예약은 하지 않고 가서 40분 정도 기다렸다. 기다리는 대부분의 손님이 한국인들이었던 걸 보니 역시 한국인의 취향은 대개 비슷하다.

    1시간짜리 전신 마사지를 받았는데 한국에서 일반 샵에서 받는 것보다 확실히 시원하고, 저렴하고 좋았다.

     

    숙소로 돌아가기 아쉬워 샵 근처에 있는 바를 찾아보니 바로 앞 건물에 Corner Bar 란 곳이 있길래 들어갔다. 손님이 아무도 없고 컴컴해서 문을 닫았나 싶었는데 사장님이 밖에서 서성이는 우릴 보고 문을 열어주셨다.

     

     

     

     

     

    크기는 작지만 아늑하고 멋진 분위기의 바였다. 칵테일을 두 잔씩 천천히 마시며 여행의 첫날을 기분좋게 돌아보며 마무리했다. 🥃🍸

     

    댓글

sic itur ad ast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