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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 내일로 여행] 1/5 - 1/6 전주
    여행/~ 2016 2012. 1. 14. 11:17
    여행이다. 처음으로 혼자하는 여행이다.

    계획적으로 무계획으로 출발한 여행이었다. 대략 1월 첫째주에 떠나는 것으로만 마음을 정해두고 있었고 정확한 여행 날짜는 여행 출발 이틀 전에 결정되었다. 연가 허락이 떨어지는 걸 기다리는 게 크긴 했지만. 심지어 장소도 전라도 정도로만 정했을 뿐 구체적으로 결정하지 않았고 일단 여행 첫째 둘째 날 갈 전주, 군산만 확정한 상태로 출발했다. 이동 방식을 기차로 정한 후 내일로 티켓을 구매한 것도 출발 전날 밤이었다.
    이전에 했던 두번의 여행(유럽과 일본)의 경험으로 미루어보아 계획을 잡고 여행을 떠나면 내 경향 상 그 계획의 얽매여 정작 여행지에서의 여유를 즐기기가 힘들 것 같아서였다. 그리고 이제와서 생각해보건대 옳은 결정이었다.

    여행기를 매일 숙소에서 자기 전에 쓰려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집에 다 돌아와서 차근차근 쓰고 있는 중이다. 모든 사진은 클릭하면 엄청 커집니다. 새로 산 아이폰 화질 참 마음에 든다. 그래도 아무래도 폰카인지라 수평이 엉망인 사진이 좀 있는데 양해를 부탁.



    1월 5일, 설레는 마음을 안고 영등포에서 8:40 여수EXPO역 행 기차를 탔다.


    혼자 떠나는 여행은 처음이라서 무척 기대가 되었다. 역에나 기차에나 내일로 여행자들이 꽤 많았는데 대부분 쌍쌍이었고 나처럼 혼자 온 사람은 많지 않아보였다. 
     


    전주역까진 대략 세시간 정도가 걸렸다. 살짝 졸다깨다 폰 만지다 하며 갔다. 새마을호는 오랜만에 탔는데 무척 쾌적하더라.
     



    그렇게 도착한 전주역. 역 앞이 상당히 황량해서 놀랐다. 비로소 여행왔구나 하는 실감이 났다. 
    전주에 오니 이전에 낼름필름 친구들이랑 영화제 봤던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그게 벌써 5년전. 그때는 참 어렸었는데..... 하긴 그래도 그동안 내가 변한 것은 많지 않다. 그게 좋기도 나쁘기도 한 점이겠지. 

    점심시간이 되어 출출하기도 해서 일단 행선지는 남부시장의 '조점례 남문 피순대' 집으로 정하고 버스를 탔다. 
    버스에서 내려 골목으로 들어가니 멀리서 나를 반기는 풍남문이 보였다. 



    호남제일문이라는 명판도 달고 있던 풍남문. 여길 뒤로하고 남부시장안에 있는 피순대집을 찾아 들어갔다. 

    먹는 것에 정신팔려서 사진은 없음. 애초엔 피순대만 시켜먹으려 했는데 가격은 만원이고 양이 가늠이 안되고 결정적으로 손님 줄 세우고 받던 아줌마의 추천으로 따로국밥을 주문해서 먹었다. 피순대는 단 세조각이 들어있었다..... 피가 재료라는 사실만 제외하면 맛있게 먹을만한 순대인듯했다. 상당히 고소한 맛이 났다. 순대 자체 맛도 좋았고 무엇보다 국물 맛이 일품이었다. 원래 순대국에 들어가는 부속고기 잘 안 먹는데 여긴 잡내가 나지 않아 거의 다 먹고 나왔다. 

    그리고 다시 풍남문을 끼고 돌아 바로 앞 전동성당에 갔다.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졌고 전라도내 최초의 서양식 건물이라 한다. 대략 100년이 좀 더 된 건물이다. 
    그 내부가 또 굉장히 멋졌는데 묵주기도가 진행중이라 사진을 찍기가 어려웠다. 나도 앉아서 좀 따라 기도했다. 그런데 기도를 주재하는 아저씨 목소리랑 기도하는 플로우가 너무 특이하고 우스꽝스러워서 집중하긴 좀 어려웠다. 



    유럽에서 나올 만한 사진 한 장. 실제로 친구 한 명에게 피렌체라고 하고 이 사진을 보내주었더니 잠깐 속았다.



    바로 앞 경기전쪽의 한옥과의 오묘한 대비와 조화. 여러모로 매력적인 전주다. 
     


    그리고 경기전에 들어왔다.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모셨던 곳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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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전 내 한옥들 사이로 보이는 성당. 

    휴대폰 배터리가 없어 바로 앞 파리바게뜨에서 커피 마시며 충전 좀 했다. 나중에 엄청 후회했다. 바로 앞 한옥마을에 분위기가 넘쳐 흐르는 카페가 많았는데 왜 여기까지 와서 파리바게뜨를 ㅜㅜ 그런데 이 날 이후로 들어가는 카페들마다 그런식이었다. 차마시고 나왔는데 바로 옆에 훨씬 훌륭한 카페들이 즐비해있는 상황이 대략 세 번 정도 연출. 이번 여행은 다 좋았는데 카페랑 모텔 고르는데 있어서 좀 실패가 있었다.
     


    경기전 옆에 있는 교동아트센터에 들렀다. 임진년을 맞아 용을 테마로 전시 중이었는데 작품들은 그냥 그랬고 2층의 카페가 인상적이었다. 무인으로 운영되는 곳이었는데 인테리어가 참 마음에 들었다. 



    애초에 계획이 없었던만큼 사전정보도 알아보지 않아서 전주한옥마을도 어떤 곳인지 전혀 모르고 갔는데 알고보니 실제로 고택들이 모여있다기보다는 새로 조성된 곳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럼에도 그 인공적인 조성이 거슬리는 느낌은 아니었고 오히려 상당히 깔끔하게 잘 구성해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한옥 사이의 사람 두명이 겨우 지나갈만한 좁은 골목골목이 굉장히 예뻤다. 사진을 찍지 못한 게 아쉽네. 이런 곳에서 민박을 하거나 얼마간 살아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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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방되어있던 고택 하나에 들어가 사진 한 장. 이런 곳에서는 대부분 한옥체험이라고 해서 여러가지 행사를 하고 있더라.



    그리고 오목대에 올랐다. 나 자취할 때 원룸빌딩 운영하는 아줌마가 하던 음식점이 오목대였는데. 
     



    오목대 오르는 길에서 본 아름다운 전주한옥마을의 풍경. 



    그리고 전주향교 쪽으로 향했다. 사진에서 보이듯 가는 길엔 사람이 정말 없어서 정말 제대로 가고있는 중인가 의심이 들기까지 했다. 
    향교는 아늑하고 예뻤다. 수백년 된 큰 은행나무들을 제외하면 아주 특별한 것은 없었다. 
    전주에서 신세를 지기로 한 성원이 형을 만날 때까지는 시간이 좀 남았는데 여행 중간중간에 읽을 책을 집에 두고온 게 생각이 나서 아까 지나가며 눈여겨보았던 헌책방 거리에 가서 책을 하나 사기로 했다. 
    이쯤에서 소연이가 문자가 왔는데 형이랑 나 보러 전주에 내려오겠단다. 다음날 다시 서울로 올라가야 한다기에 좀 무리하는 것 아닌가 싶었으나 타지에서 보면 또 반가울 것 같아서 좋았다. 

    온 길을 다시 걸어걸어 경기전 북쪽에 있는 헌책방 거리에 갔다. 거리라고 하기 무색하게 책방이 몇 개 없었는데 한 곳 주인분이 하는 이야기를 엿들어보니 장사가 안되어서 여럿 망했단다. 발품팔며 이곳저곳 둘러봤지만 딱히 사고 싶은 책이 없었다. 지친 다리를 쉬게 하기 위해 스누피 만화책 중국판 한 권을 앉아서 다 읽고 나왔다. 그래도 시간이 남았다. 


    책 읽다 온 그곳. 일신서림. 여기가 제일 규모가 큰 책방이었다.

    결국 책은 포기해야 하는 건가 하다가 바로 옆에 뜬금없이 자리하고 있던 영어서적 전문 서점에 들어갔다. 그리고 펭귄클래식에서 나온 골딩의 파리대왕을 샀다. 
     


    길을 걷는데 홍지서림 맞은편에 있는 한 조그만 술집 입구 유리창에 고 김근태 씨의 마지막 글이 써 있었다. 이것도 그렇고 새로 생긴듯한 깔끔한 내부도 그렇고 마음에 쏙 들어서 맥주를 한 잔 하러 들어갔다. 술집 이름은 '다락'이었다. 



    기품 있어보이는 미모의 젊은 여주인분이 반겨주셨다. 메뉴 소개하시는 걸 들어보니 하나하나 정성스레 안주를 내어 주실 것 같은 곳이었는데 한시간 뒤 약속이 있던지라 아쉽게도 마른안주만 시켜 먹었다. 혼자 먹는 맥주가 은근히 맛이 좋았다. 그렇게 책을 읽으며 맥주를 마시며 한시간을 보내는 동안 아무도 가게에 들어오지 않았다.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가졌다.

    피곤한데다 하이트 한 병을 다 마셨더니 좀 취기가 올랐다. 약속시간인 7시가 되어 형을 보기로 한 약속장소인 맛집 '진미집'에 갔는데 문이 닫혀 있었다. 알고보니 남부시장 진미집이 아니라 중앙시장 진미집에서 약속이 되어있던 거였다..... 유명한 진미집은 중앙시장에 있는 거라고.


    허탕친 곳에서 찍은 전주 야경. 택시 웬만하면 안타려 했는데 너무 멀어서 택시를 탔다.

    급하게 들이키느라 사진은 없는데, 진미집 정말 좋았다. 이 집에서 제일 유명한 건 돼지불고기와 김밥을 쌈에 싸먹는, 매우 특이한 스타일의 메뉴였는데 맛이 기가 막혔다! 김밥이 이런 식으로 활용이 될 줄이야. 여기서 소주를 둘이 한병씩 마셨다.



    그리고 2차로 가게 된 전일슈퍼. 가게맥주집이라고 가맥집이라고도 부른단다. 들어가보기 전엔 상상하기 어려운 구조의 슈퍼인데 맥주와 함께 먹는 황태 맛이 굉장했다. 사람 찾기 힘들던 전주였는데, 전주 사람들 다 여기 와 있더라. 완전 바글바글. 슈퍼에서 술집 운영을 하는 건 당연히 불법인지라 영업정지를 자주 당한다는데 그래도 이윤이 엄청 남아서 오랜 세월 동안 이런 식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고. 

     
    여기에 들어가자마자 소연이가 왔고 함께 즐겁게 술을 달렸다. 

    그리고 3차로 형 집에서 이강주(?)를 비롯한 전라도 특산주들을 드링킹. 각 술마다 특유의 향들이 있어서 맛나게 많이 마셨다. 완전히 쓰러져 잤다.

    많이 잤음에도 여전히 무거운 몸을 이끌고 잠에서 깼다. 형은 급하게 출근하고 나랑 소연이는 느긋하게 씻고 청소 좀 하고 나와서 브런치로 전주콩나물국밥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버스타러 가는 길엔 사람이 정말 하나도 없어서 눈 쌓인 길을 사박사박 기분 좋게 걸었다.  



    그렇게 도착한, 전주 최고의 콩나물 국밥집이라는 왱이콩나물국밥집. (알고보니 어제 헌책방 거리 바로 그곳에 있었다.) 과연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술로 더부룩한 속이 완전히 풀리는 느낌이었다ㅋ 따뜻하게 데워진 달콤한 모주랑 고소한 수란도 좋았다. 날계란은 입도 못대는 내가 먹었을 정도면 수란이랑 국밥 국물이 굉장히 맛있었다는 뜻. 

    경기전을 따라 한옥마을을 다시 30분 정도 구경하며 산책하다가, 소연이랑 작별인사를 하고 전주역 가는 택시를 탔다. 이렇게 두번째 여행지, 군산으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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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c itur ad ast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