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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anye West -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 (2010) // ★★★★+
    비평/음악 2010.11.24 11:35



    내가 Kanye 라는 이름을 처음 접한 것은 2003년 겨울, 기말고사가 끝나고 산 Jay-Z의 [The Black Album]의 크레딧에서였다. 수록곡 중 제일 좋게 들은 곡 중 하나였던 'Lucifer'의 프로듀서가 칸예라는 청년이었고, 앨범에 동봉된 Rock-A-Fella의 홍보지에는 이 청년의 데뷔 앨범 [The College Dropout]이 곧 출시된다는 코딱지만한 광고가 실려있었다. 이미 당시에 제이지의 그 유명한 [Blueprint] 앨범 프로듀스로 유명세를 타고 있었던 칸예였지만 난 당시만 해도 힙합 뉴비 중의 뉴비. 아직 그 앨범을 들어본 적이 없었기에 칸예인지 케인인지 이름 스펠이 묘하다는 사실 말고는 별 기억없이 그 이름을 잊게 되었다. 하지만 나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누구도 그 당시엔 몰랐다. 칸예 웨스트라는 아티스트가 불과 몇 년만에 지구상 최고의 수퍼스타로 떠오를 줄은.

    근 수년간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대단한 완성도를 자랑했던 [The College Dropout]과 그에서 더 발전한, 충만한 사운드를 뽑아낸 드라마틱한 앨범 [Late Registration]이 나왔을 때쯤 난 잠시 잊고 있었던 컨템포러리 힙합에 다시 돌아왔다. 칸예는 신기하게도 더 이상 별 거 없을 줄 알았던 샘플링+피치조절 힙합 넘버를 빌보드 종합차트 정상에 올려놓고 있었다. 대중의 호응을 떠나서도 앨범과 곡의 퀄리티 자체가 정말 진국이었다. 힙합 본연의 뿌리를 잊지 않으면서도 모든 이의 귀에 비트를 쏙쏙 박아넣는 놀라운 능력. 흑인음악이 차트를 점령한 것은 이미 몇년이 된 일이었지만 칸예는 그런 점에서 다른 아티스트들과는 좀 달랐다.

    그 때까지 잘하고 있던 그 스타일을 그대로 유지했더라도 칸예는 앨범 두 개 정도는 더 히트치고 남을 실력이 있었다. 그럼에도 'Stronger'에서부터 변화를 시작했고, 소위 '칸예 사운드'라 불리던 그의 테마를 [Graduation]을 끝으로 '졸업'했다. 그 후 나온 [808s & Heartbreak]은 많은 이에게 경악을 안겨주었고.

    그리고 이제,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가 나왔다. 물론 예상대로 정통 '칸예 사운드'는 없다. 'Devil in a New Dress'는 예외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칸예의 손이 닿지 않은 유일한 곡이다. 나머지 곡은 완전히 새로운 음악, 새로운 힙합, 새로운 칸예 사운드다. 거기다 2집에 담겼던 드라마틱함이 세배쯤 증폭되어 담겨있는 앨범. 나오자마자 유수의 비평 사이트에서 만점폭탄을 받으며 이 시대의 클래식이라는 평도 듣고 있다. 앨범이 완성되기 전부터 Pete Rock 횽이 앨범이 21세기 최고 힙합 앨범이 될 것이라 공언했는데, 큰 과장은 아니었나 보다.

    정말 좋은 앨범 맞다. 처음부터 끝까지 버릴 트랙 없이 치밀한 구성을 자랑하고, 타이틀 그대로 아름답고 어두운 꿈을 꾸듯이 때로는 격앙되고 때로는 침잠하는 흐름을 가지고 있다. 이전에 다른 어떤 장르에서도 접할 수 없었던 스타일의 멜로디를 담고 있는 작가주의 앨범. 칸예는 앨범 하나를 낸 것을 넘어 하나의 새로운 힙합 장르를 만들어냈다.

    그런데 그것이 문제다. 일단 가장 먼저 드는 의문. 이 독창적인 앨범을 '힙합 클래식'이라고 칭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가 만점을 부여하고 찬양해왔던 나스 딜라 드레의 앨범과 이 앨범을 동일 선상에 올릴 수 있을 것인가. 분명 굉장한 앨범이지만, 이 의문에 쉽게 '그렇다'고 단정을 내리긴 힘들어보인다. 위에서 언급했듯 지금까지 우리가 봐왔던 힙합 클래식과는 너무도 다른 소울과 다른 음악을 담은 앨범이기 때문에. 칸예가 랩을 안하고 노래를 해서, D'Angelo와 Black Thought이 아닌 Elton John과 Justin Vernon이 참여해서 진짜 힙합이라 할 수 없다 같은 유치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 앨범은 이전의 힙합 넘버와는 정말 상당히 다른 범주에 들어가는 앨범이기 때문이다. 최고 수준의 대중 음악이라고는 할 수 있어도 최고 수준의 힙합이라고는 할 수 없는, 참으로 오묘한 역설인 셈이다.

    그럼에도 남는 문제가 하나 있으니, 이 앨범이 과연 이 브랜드 뉴 힙합, 브랜드 뉴 뮤직이라는 신개척지에서 나올 수 있는 최고의 음악이냐 하는 문제다. 개인적으로는 그에 대해서도 의문이 든다. 이 훌륭한 앨범에서도 개선의 여지가 보이기 때문에. 'So Appalled' 같은 경우는 '주간칸예'의 GOOD Friday 트랙 중에서도 제목과 달리 긴장감이 덜한 축에 속했고, 'Runaway'는 길이가 길어지며 더 늘어져버렸다. 'Devil In A New Dress'의 변형 비트가 들어간 Rick Ross 벌스는 본 비트만도 못하게 뜨는 느낌이다.

    왠지 사소한 트집잡기처럼 되었지만, 개인적인 결론은 이렇다. 칸예의 이번 신보는 대단한 작품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힙합신을 넘어 현 대중음악 신에 이런 앨범은 없었음. 하지만 이것을 완벽이라 칭할 수 있을 것인가? 그렇다기엔 뭔가 채워지지 않는 아쉬움이 있다.

    Best Track - All of the Lights
    한 트랙만 꼽긴 정말 어렵지만 제일 상징성이 강한 곡으로 선택. 공식 트랙리스트에는 피쳐링 진이 명시되어 있지 않은게 포인트라 본다. 무수한 넘버원 아티스트들을 자신의 악기로 삼는 재기까지 보여주는 칸예.


    말이 나왔기에 덧붙이자면, 발매 이전에 굿프라이데이가 발표되면서 걱정도 적잖이 되었다. 퀄리티가 오락가락이었기 때문에. 다행히 본 앨범은 그 중 좋은 축에 속하는 트랙 몇개가 들어갔고 어느정도 퀄리티를 깔고 만들어져 만족스럽다. 아쉬운 건 Pete Rock의 'The Joy'랑 Q-Tip의 'Chain Heavy'가 정말 좋은 트랙이었는데 이건 왜 버렸는지. 매들립도 비트를 다섯개나 줬다는데. 그리고 앞으로는 맛배기를 너무 많이 내지 않았으면 한다. 김이 새버려 ㅜㅜ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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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평인것 같습니다. 서술해주신 내용 모두 제가 공감했던 내용이에요!!

      2010.11.24 14:53
    • 프로필사진

      이야.. 리뷰 잘쓴다

      나 이앨범 그저께 받아서 요새 듣는중

      너가 소개해 준 아이멧뮤직에서 올해의 앨범으로 꼽아놨길래.

      2011.05.09 17:30
sic itur ad ast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