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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턴 (Vozvrashcheniye), 2003 // ★★★★+
    비평/영화 2009. 7. 12. 22:02
    The Return

    Russian film poster
    Directed by Andrey Zvyagintsev
    Produced by Yelena Kovalyova
    Dmitry Lesnevsky
    Written by Vladimir Moiseyenko
    Aleksandr Novototsky
    Starring Vladimir Garin
    Ivan Dobronravov
    Konstantin Lavronenko
    Natalia Vdovina
    Music by Andrei Dergatchev
    Distributed by Kino International (US)
    Release date(s) Flag of Russia 25 June 2003
    Flag of the United States 6 February 2004 (NYC)
    Flag of the United Kingdom 25 June 2004
    Flag of Australia 1 July 2004
    Running time 105 min
    Language Russian

    러시아 영화를 찾아 본적은 한 번도 없었고, 이 [리턴]이라는 영화도 일부러 찾아본 건 아니었다. 어젯밤 독서실에 다녀와서 채널을 EBS로 돌렸는데 마침 시작한 영화가 이 영화였다. 평소 같으면 그냥 다시 지상파 3사로 돌아가 버라이어티를 보다 잠이 들었을텐데 채널을 고정하게 된 이유는, 바로 이 장면 때문이었다.


    말할 것도 없이 만테냐의 「죽은 그리스도」를 모티브로 한 장면이었다.
    제목이 '리턴'인 것을 보고 그렇다면 예수의 현대로의 부활을 그린 영화인가 싶어서 호기심이 동했다. 결국 반 정도 맞은 예상이었지만.

    스포일러를 뺀 줄거리를 간단히 말해보자면 이러하다 :
    할머니와 엄마와 함께 사는 두 형제가 있다. 늘 비슷하던 나날을 보내던 어느날 두 형제가 집으로 돌아오자, 낯선 남자가 방에서 (위와 같은 모습으로) 잠들어있다. 엄마가 말하길, "저 분이 너희 아버지다."
    기억도 없는 12년 전에 훌쩍 사라진 아버지는 그렇게 돌아왔다. 어디서 왔는지, 무얼 하다 왔는지 아무도 모르고, 아버지 자신도 얘기해 주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어색해 한다. 두 형제는 물론 엄마조차도 그를 낯설어한다. 게다가 그 아버지란 남자는 말수도 엄청나게 적어서 도무지 가족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는다. 말없이 저녁을 먹고 있는데, 아버지가 갑자기 아들들에게 낚시 여행을 가자고 말한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형제는 아버지와 함께 여행을 떠난다. 여행을 다니면서 여러가지 난관에 봉착하지만 아버지는 무섭도록 엄하게 아이들을 휘어잡으며 여러가지 여행에서 필요한 기술을 가르친다. 그렇게 도착한 종착지는 아버지가 알고 있는 듯한 무인도였다. 그리고 모든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이후부터의 리뷰는 강력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니 주의. 영화를 꼭 보고싶은 사람이라면 읽지 말 것을 추천)


    위 줄거리에서도 대충 느낌이 오지만 이 영화처럼 극중 대부분의 시간 동안 긴장 관계가 없는 영화는 드물 것이다. 그나마 있는 갈등이라고는 작은 아들 이반이 아버지에 대해 강렬한 반항심을 가지고 땡깡을 피우는 것이 전부다.
    그러다 그 잔잔함은 마지막 결말에서 엄청나게 무서운 파국을 맞는다. 아버지가 죽어버린다.
    정말 예상하지 못한 충격적인 결말이었다. 영화를 통째로 뒤집어버리는 반전이었다. 워낙 잔잔한 영화였기에 그 충격이 컸다.
    그리고 아이들은 평생 그 5일 동안밖에 함께하지 못한 아버지의 죽음을 수습한다.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서 그들은 아버지가 그 며칠동안 가르쳐준 지혜들을 은연중에 그대로 행하며 섬에서 나오게 된다.


    쓰고 보니 리뷰가 아니라 그냥 줄거리 나열이 되어버렸는데, 막상 감상을 적으려니 무슨 말을 써야할 지 모르겠어서 이렇게 되어버렸다. 아무튼 이 영화의 강점은 이처럼 조용하면서도 극적이고, 즐거우면서도 쓸쓸하며, 현실적이면서도 몽롱하다는 것이다. 포인트를 잡아보자면 다음과 같다.

    위의 명화 패러디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예수, 그리고 그의 죽음을 암시하는 모티프는 이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0. 일단 제목이 '리턴'이다.
    1. 위의 「죽은 그리스도」장면. 저 장면 자체가 나중에 닥칠 아버지의 죽음을 암시한다고 볼수 있겠다. 게다가 클로즈업 장면에서는 머리 옆 베갯잇에서 빠져나온 깃털이 바람에 조용히 휘날려가는데, 천사의 날개가 자연스레 연상되었다. 이 깃털 부분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싶어서 구글링을 해봤지만 전세계 어느 웹에도 그에 대한 설명이 없더라. 나중에 한번 또 다른 뜬금없는 장면에서도 깃털이 나왔는데 너무 순식간에 지나가서 정확히 확인을 하지 못했다. 아무튼 이 장면은 나중에 아버지의 시체를 배에 실었을 때에도 똑같은 포즈로 연출된다.
    2. 저 자고 있는 남자가 진짜 아버지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아들들은 옛날 사진을 찾아 책을 뒤진다. 그들은 예수관련 명화가 가득한 책의 페이지 사이에서 아버지의 옛날 사진을 발견한다. 
    3. 아버지가 도착한 첫날, 위의 잠에서 깨어난 아버지는 저녁식사에 참여한다. 그리고, 모두에게 직접 '포도주'를 따라준다.
    4. 아무래도 낚시 여행이다 보니 영화 중간중간 생선이 많이 나온다. 생선국을 끓여달라는 아들에게 아버지는 말한다. "난 '생선'은 너무 많이 먹어보았다." "어디서요?" "먼 데서."
    5. 위에서도 말했지만 영화 내내 아버지는 아이들에게 다소 엄하게 여러가지 '지혜'를 가르친다. 차를 구렁텅이에서 꺼내는 방법, 노를 젓는 방법 등등. 아버지가 죽고나자 아들들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그 지혜였다. 그 지혜로 그들은 무인도에서 아버지의 사체를 배까지 옮겨와서, 배에 태우고 무사히 살아나온다.
    6. 작은 아들 이반은 영화 초반 형에게 이렇게 말한다. "한번만 더 때리면 내 손으로 아버지를 죽일거야."
    7. 실제로 아버지는 이반을 '구(원)'하려다 죽는다.
    8. 영화의 맨 처음 장면에 나오는 배는, 결말에서 아버지의 시체를 태웠던 그 배를 미리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배는 텅 비어있다. 죽은 아버지의 몸이 혼자 어디로 사라질 수 있단 말인가.

    물론 아버지가 정말 현대에 부활한 예수였다거나 이 영화가 종교영화라는 얘기는 전혀 아니다. 영화 자체가 이처럼 여러가지 깊은 암시와 계획된 플롯을 가지고 있다는 것 뿐. 이 풍부한 상징들이 이 영화가 남기는 여운을 더 깊고 강하게 만들어 준다.

    아버지가 아들들과 함께 했던 시간은 단 일주일도 되지 못했지만 두 형제는 12년간의 아버지의 부재중에 배우지 못했던 지혜를 그 짧은 기간동안 모두 체득하게 된다. 그리고 죽고나서야 아버지를 사랑하게 된다. 엔딩에 나오는 여행사진 슬라이드에서 알 수 있듯 아버지는 형제와 여행을 함께했다는 일체의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 여행 사진들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두 형제의 얼굴 뿐. 아버지가 존재하기는 했던 것일까. 그가 아들들 곁으로 왔다 사라진 것은 현실이었을까. 아이들이 미처 카메라에 담지조차 않았던 아버지는 어느새 아들들의 가슴에 강렬하게 자리잡혀 있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물 속으로 가라앉은 것처럼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여담 1.
    이 영화는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여담 2.
    큰 아들 역으로 나오는 소년 블라디미르 가린은 이 영화 촬영 후 얼마지나지 않아 물놀이를 하다 사망했다. 공교롭게도 이 영화의 국제 개봉 하루전이었으며, 그가 사망한 호수는 영화가 촬영되었던 호수 중 하나였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여담3.
    의문으로 남겨진 것 두가지.
    (1) 아버지는 이따금씩 알 수 없는 전화 통화를 했다. 그 상대는 누구였을까.
    (2) 아버지가 아이들을 무인도에 데려온 큰 목적 중 하나는 예전에 묻어두었던 것으로 보이는 어떤 박스 하나를 꺼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힘들여 꺼내온 그 박스를 배에 넣어둔 후 아버지는 그것을 열어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전에 죽어버린다. 그리고 그 배는 아버지의 사체와 함께 바다에 가라 앉아버린다. 결국 그 박스에 무엇이 들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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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댓글입니다

      2009.07.12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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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 정말 이 영화의 미덕은 많은 부분을 명백히 하지 않고 끝내는데 있는것 같아. 오히려 모든걸 밝히듯이 끝냈으면 더 아쉬운 영화가 됐을듯
        보면서도 느꼈지만 장면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영화라더라! 배경이 되는 자연풍광도 정말 장관이고...

        2009.07.13 09:4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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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저도 EBS에서 이 영화봤어요. 보다가 정말 나중엔 허무하고 그랬는데, 예수 모티프라고는 생각 못했었는데 읽어보니깐 그런거 같네요, 정말 영화 배경들을 멋졌었는데....
      큰 아들역으로 나온 배우가 죽었다고 하니 더욱 놀랍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ㅠㅠ

      2009.07.17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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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반갑습니다. 제가 EBS에서 해 준 영화를 본건 정말 어렸을 때 이후로 오랜만이었는데, 의외로 많은 분들이 그날 이 영화를 보셨나보더라구요. 제 블로그에도 리턴 검색하셔서 거의 100분 가까이 오셨던걸 보면.
        끝이 정말 적잖이 허무한 영화죠. 충격적이고. 아무튼 멋진 영화입니다. :)
        배우 사망 소식도 충격적이더군요. R.I.P...

        2009.07.17 13:5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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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저는 2007년 12월 쯤에 방영했을때 봤는데요 ..
      아직도 여운이 잊혀지지않는데 얼마전에 한걸 지금 알았네요 .
      그때 알았으면 또 봤을텐데 ..

      2009.08.13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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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교양수업시간에 봤어. 정말 근사한 영화더라. 이 리뷰가 어렴풋이나마 기억나서, 영화 보는 동안 예수와 관련된 모티프를 유심히 찾아보게 되었지ㅎ 아무튼 좋더군.

      2009.11.30 19:4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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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그랬구나. 직접 보니 내 리뷰의 허접함도 느끼게 되었을듯... 흐흐
        정말 좋은 영화였어 지금 생각해도.

        2009.12.01 14:0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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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접함이라니! 오히려 감탄했음ㅎ 이 글 읽지 못한 채 봤더라면 예수와 관련된 부분을 아예 찾아내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2009.12.02 19:45 신고
sic itur ad ast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