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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쥐 (Thirst), 2009 // ★★★★
    비평/영화 2009. 5. 3. 18:30
    Thirst

    Teaser poster
    Hangul 박쥐
    RR Bakjwi
    Directed by Park Chan-wook
    Produced by Park Chan-wook
    Written by Park Chan-wook
    Seo-Gyeong Jeong
    Starring Song Kang-ho
    Kim Ok-bin
    Shin Ha-kyun
    Cinematography Jeong Jeong-hun
    Distributed by CJ Entertainment
    Release date(s) 30 April 2009
    Country South Korea
    Language Korean
    Budget $5,000,000

    여기 쓰여질 글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가까운 시일 내에 영화를 볼 예정이신 분은 읽지 않는 편이 좋겠다. 굳이 읽으신다면 물론 전혀 말릴 생각은 없다.

    박쥐! 2009년 충무로 최고의 기대작이며 사실상 최근 3년간 개봉된 영화 중 가장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개봉을 며칠 앞두고는 김옥빈과 송강호의 노출 수위때문에 유명세를 더 얻게되는 기현상도 보였고. 이유야 어찌되었건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닌가. 나도 엄청나게 기대를 한 것은 마찬가지여서, 영화가 개봉하자마자 이렇게 달려가서 본 영화도 사실 오랜만이었다.


    1. Émile Zola - Thérèse Raquin

    Edgar Degas - 'The Interior (The Rape)' : 드가가 소설 '테레즈 라캥'의 한 장면을 그린 것이라고 전해진다.

    일단 영화 얘기를 하기전에 할 말이 있다. 사실 이 글을 쓰기전에 다른 글을 먼저 포스팅 하려고 했었다. 실은 [박쥐]의 원작인 에밀 졸라의 테레즈 라캥Thérèse Raquin을 저번 주 정도에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고, 영화 박쥐를 보기 전에 꼭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이놈의 게으름 때문에 결국 포스팅 할 시기를 놓쳐버렸다. 실제로 영화를 보니 원작의 영향력이 실로 막강하다. 영화 중반부의 '오아시스 클럽'의 떼죽음 이전까지는, 이렇게 원작을 충실히 리메이크한 영화가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박 감독은 원작의 맛과 내용, 세부적인 장치들을 그대로 영화에 가져왔다. (물론 뱀파이어라는 소재는 원작에 없지만)
    그만큼 원작 테레즈 라캥의 이미지는 굉장히 강렬하다. 박쥐라는 영화는 로랑을 상현으로, 테레즈를 태주로, 카미유를 강우로 바꾸었지만 로랑과 테레즈는 영화에서도 그대로 살아있다. (그러고 보니 이름이 묘하게 비슷하네.) 그 습기어린 공포감은 또 어떠한가. 솔직히 말하자면, 원작 소설보다 영화가 더 훌륭한 작품이 되었는지는 의문이다. 박찬욱 감독이 이 소설에 영감을 받아 영화를 만들기로 마음먹은 것은 아주 절묘한 선택이었고 또 이 소설이 그가 지향하는 영화 스타일에 정확히 부합하는 작품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 소설만큼 원작보다 더 흥미롭게 영화화하기가 어려운 작품이 또 있을까도 싶다. 그만큼 에밀 졸라의 이 소설은 완결성이 있는 멋진 작품이다.
    결론적으로 영화 [박쥐]를 이야기 하기 위해선 이 원작소설을 자주 이야기하게 될 듯 싶다.
    영화를 아직 보지 않은 분이나, 본 분이나, 볼 생각이 없는 분 모두에게 이 소설 테레즈 라캥을 추천한다. 일단 재미있다. [박쥐]보다 더.


    2. 영화 [박쥐]


    이 글을 쓰기 전에 박쥐에 대한 리뷰는 딱 두개 읽어봤다. 지금와선 그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을 정도니까, 리뷰들이 내 감상을 크게 바꾸진 못한듯 싶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건 이 글은 나름 여론을 타지 않은 글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나도 은근히 귀가 얇은 편이라 다른 사람의 리뷰들을 보고 생각을 바꾸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서, 이번 영화 리뷰를 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박쥐 관련 컨텐츠는 일부러 찾아보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이들, 특히 영화애호가가 아닌 일반 대중들이 영화를 어떻게 봤을지를 잘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참 비대중적인 영화가 아닌가 싶었는데. 솔직히 뱀파이어라는 흥미가 질질 흐르는 소재와 S급 스타 송강호, 이쁜 김옥빈과 노출 이야기가 없었다면 개봉이 하자마자 이런 대박이 났을까 싶다. 아, 물론 박찬욱 감독이라는 빅카드가 있다. 하긴 그것도 재미있는 것이 박찬욱 감독의 영화는 언제나 비대중적이었구나.
    아무튼, 그래서 그런지 박찬욱 감독의 전작 [사이보그지만 괜찮아]가 오버랩되었다. 그때도 비와 임수정이라는 스타들과 달콤한 제목과 포스터로 여러 사람이 낚였었다. 물론 영화 애호가와 전문 비평가들에선 호불호가 강하게 갈리는 의견 대립이라도 있었지, 내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이 영화는 도대체 정체가 뭐야?"라는 반응이었다. 아, 물론 [사이보그지만 괜찮아]가 나쁜 영화라는 게 아니다. 난 개인적으로 좋았다. 다만 그 비대중적이고 매니악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세계가 그렇단 거다. (덧붙이자면 박쥐는 영화 스타일 자체도 [올드보이]보다는 [사이보그...]에 더 가까웠다. 난 전자를 기대했기에 좀 아쉬웠지만 뭐.)
    말이 쓸데 없이 길어졌지만, 박쥐는 [사이보그...]보다는 더 쉽지만 여전히 난해한 영화였다. 무엇보다도 원작 소설인 테레즈 라캥을 읽지 않은 관객에겐 캐릭터 이해가 더 어렵지 않을까 싶더라. 그 이유로, 영화라는 매체 자체의 한계 때문에 상현과 태주, 강우, 라 여사와 같은 다채로운 캐릭터가 몇 안되는 대사로 설명되었던 점을 들 수 있겠다. 이건 상당히 아쉬운 점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캐릭터들이 중반까지도 100% 제 색깔을 찾았다고 보기는 어려웠고. 자세한 얘기는 밑의 캐릭터 소개에서 하기로 하자.
    영화 자체는 상당히 출중하다. 영화 보는 내내 역시 박찬욱 감독은 노련하다는 느낌도 받았고. 특유의 '박찬욱식 유머'와, 피와 극단적인 명암대비를 이용한 강렬한 이미지 및 편집, 무엇보다 B급 영화스러운 몇몇 신이 재미있었다. 다만 그 빈도나 타이밍 상 좀 어색한 부분이 몇 군데 있어서 B급이 아닌 어정쩡한 A-급이 되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좀 들긴했지만...... 참, 원제는 'Evil Live'였는데 너무 B급 영화 제목이라 제작사에서 'Thirst'로 바꿨다는 얘기도 들리더라.


    3. 상현


    연기 본좌 송강호가 연기했다. 이 문장만으로도 사실 상현이라는 역이나 박쥐라는 영화는 어느정도 설명된다. 그만큼 송강호의 '포스'는 강력하고, 실제로도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다만 그 캐릭터의 모호함이 아쉽다. 원작 소설과 가장 큰 차이를 보여주는 캐릭터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뱀파이어 주인공 상현인데,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영화의 끝까지 상현의 자아는 상당히 애매하다. 선과 악이 특별히 구분되는 캐릭터는 분명 아니고 박찬욱 감독이 의도한 것도 그것이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보더라도, 상현이란 캐릭터의 성격은 '변화'나 '불안'같은 말로 용인될 수 있는 애매함이 아니다. 강우를 죽이고 태주에게 쌍욕을 하는 것은 영락없는 로랑의 모습이지만, 그 후에도 죽어버린 오아시스 클럽 사람들을 잔인하게 처리하고 욕조에 걸어놓는 장면이나 필리핀 여성을 '따뜻하게도' 살려주는 모습은 이전의 모습과 쉽사리 이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상현이란 인물보다 '뱀파이어가 된 신부'라는 그의 신분 내지 상태만이 살아있는 느낌이었다. 뱀파이어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택한 이상, 다소 피하기 힘든 문제이기도 했겠다.


    4. 태주


    위에서 말했던, 캐릭터들의 개성이 중반부까지 잘 살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 이어서 얘기해 보자면, 특히 태주라는 역은 좀 힘겹게 '설명'되는 듯한 느낌이 가장 강했다. 심지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태주 스스로가 줄줄 읊는 장면도 있었고. 원작 소설에서는 캐릭터들의 색을 칠하는데 상당히 공을 들인 것을 생각해볼 때 이 점이 다소 아쉬웠다. 물론 앞에서 말했듯 이는 감독, 배우 누구의 탓도 아니다. 영화가 소설이 될 수는 없으니까.
    그 점을 차치하더라도 김옥빈의 연기는 살짝 아쉬웠다. 그녀의 외모는 예상했던 대로 캐릭터에 완벽히 부합했다. '더이상 건강할 수 없을 만큼 건강'하며, 자신의 욕구 충족을 끊임없이 갈구하는 인물이 태주다. 그런 그녀를 연기하기 위해 김옥빈은 전신 노출을 감행했다. (개인적으로는 크게 야하다는 느낌을 못받았지만) 그러나 그 외에 그녀가 눈에 띄는 연기를 선보이는 부분은 크게 기억에 없다. 뱀파이어가 된 이후부터는 뱀파이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강렬한 성격이 드리우게 됐지만, 그 이전의 '내면의 속박된 터질듯한 욕구를 가진 여성'을 연기하는 것은 조금 실패하지 않았나 싶다. 어찌보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이 초반부라 할수 있는데, 그녀가 이 점을 완전히 소화 못한 것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했다. 트레일러를 미리 봤을 때도 들었던 생각이지만 그녀의 목소리 자체도 약간 엇나가는 느낌이고... 개인적으로는 20%정도 아쉬웠다.


    5. 라 여사


    솔직히 얘기하면, 상현과 태주 그 이상으로 (정말 그 이상으로) 기대를 했던 것이 김해숙 씨가 연기하는 라 여사라는 역할이었다. 원작 소설 [테레즈 라캥]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체험을 하는 인물인 '라캥 부인'이 바로 라 여사이기 때문에. 소설을 읽은 분도 의아해 할만한 대목이겠지만 나는 소설을 다 읽고 라캥 부인이라는 캐릭터가 주인공들보다도 더 강렬한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작품의 반 가까이 아무런 감정을 표현할 수 없는 전신마비 장애인으로 나오는 그녀가 소설의 결말까지 던지는 날카로운 눈매는 전율 그 자체였다. 살인이나 유령보다도 무서운 것이 이 라캥 부인의 존재였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 작품 자체가 그러하지만 작품 내에서 가장 극(劇)적인 설정은 바로 눈을 부릅뜨고 가만히 앉아있는 라캥 부인이라는 캐릭터였다.
    박찬욱 감독은 원작의 테레즈라는 인물을 그대로 가져가는 태주와는 달리, 라 여사라는 캐릭터는 나름대로 철저히 재창조했다. 그는 다소 여리고 어리숙한 '라캥 부인'을 억세고 억척같은 '라 여사'로 전환시켰는데, 이는 굉장히 성공적이었다. 이 영화에서 가장 큰 성과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원작의 강렬한 캐릭터를 매우 명료한 설정을 통해 그 이상으로 더 강렬하게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작품에선 후반부에만 눈부시게 드러나는 그 캐릭터를 전반부부터 살려낸 셈이다. 무서우리만치 직선적인 흐름(그리고 눈빛)을 가진 이 부인을, 영화의 반 이상을 가만히 앉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타이트함을 잃지 않고 열연한 김해숙 씨 역시도 굉장했다. 정말 기립 박수를 치고 싶었다.



    정말 하고픈 말은 더 많은데 정리가 잘 안된다. 너무 영화를 비판 일색으로 표현한 것 같아 머쓱하기도 한데, 내가 지적한 부분들을 제외하면 모든게 훌륭한 영화였다고 봐도 틀리지 않다. 위에서 말한 어색함과 다소 붕 뜨는 신 몇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긴 러닝타임동안 눈을 떼지 못하고 재미있게 봤다.
    게다가 여러가지 의미를 담고 있는 영화다. 종교, 죽음, 인간 간의 대립, 사랑 등 여러가지 흥미로운 요소가 많이 얽혀있다. 물론 사랑에 가장 큰 촛점이 맞춰져 있지만.....(뱀파이어 영화라고 해서 공포나 종교가 주를 이루는 영화를 기대하고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박찬욱 감독이 했던 말대로 이 영화는 진정한 '멜로'였다.) 영화가 140분 동안 너무 많은 것을 얘기하려 해서 포커스가 흐트러지는 면이 없지 않지만 그게 그렇게 큰 문제가 될 정도까지는 아니다.

    결론적으로 좋은 영화였다. 다만 박찬욱 감독의 말대로 그의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만족스러운 영화였나, 그것은 좀 생각해봐야겠다. 허접한 감상평은 여기까지.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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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제 글에 트랙백 하셨더라구요. ㅎㅎ
      리뷰 잘 보고 갑니다.

      2009.05.03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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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멋진 리뷰입니다. '테라즈 라켕'이라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ㄷㄷㄷ
      나중에 꼭 읽어보고 싶은 작품이네요...!

      2009.05.03 20: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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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랙백보구 건너왔습니다^^!
      와 캐릭터분석이 후덜덜하시네요.
      저도 갑자기 테라즈 라켕을 읽고 싶네요ㅠㅠ...


      평들이 너무 극과 극이라서 신기하기도 한데,
      자신들의 취향과 다르다고 영화자체를 맹목적으로 비난하고
      박감독까지 욕을 하는 분들을 보면......하.....
      울컥하네요ㅠ


      리뷰 잘보고갑니다!

      2009.05.03 21:2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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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이 무슨 큰 잘못을 했다고 욕을 먹어야 하나요 ㅠㅠ 영화를 재미없게 본 분들의 감상도 어느정도 이해는 됩니다만.
        여론을 보니 박 감독이 [박쥐]로 안티팬을 꽤나 만들고 있는 듯한 모양세던데..... 정말 호불호가 이렇게 갈리는 작품은 처음 봤습니다.

        2009.05.04 00:1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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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도 책도 아직 접하지 못했지만 이 글은 다 읽었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호불호가 강하게 갈리는 작품이 나왔구나. 영화는 둘째치고라도 테레즈 라캥은 꼭 읽어봐야겠다ㅋ 그나저나 EVIL LIVE라는 제목 좋았는데... 너무 B급다운가?

      2009.05.04 08:1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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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vil Live 나도 맘에 드는 제목이야 ㅋㅋ 오히려 영화가 어정쩡한 B급인 감이 있어서 제목이라도 그렇게 나갔으면 더 좋았을텐데. 어찌됐든 간에 한국 영화다보니 한국제목은 결국 [박쥐]가 되었을라나. 그러고보니 박쥐란 제목이 이 영화를 잘 상징하는 제목같진 않다.

        테레즈 라캥은 정말 추천! 진짜 재미있게 읽었어. 내가 요즘 너무 책을 안 읽다가 오랜만에 읽은 책이라 더 생생했는지도 모르겠지만...

        2009.05.04 23:3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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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제가 느꼈던 감상과 거의 흡사하게 리뷰를 적으셔서 읽으면서 감탄했습니다. (되려 제 리뷰는 좀 부끄러운....ㅠㅠ)
      테레즈 라캥을 꼭 읽어봐야겠어요. 트랙백 쏘고 갑니다. 좋은 글 감사드려요.

      2009.05.08 17:2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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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허접한 리뷰를 이토록 칭찬해주시니 얼굴이 달아오르네요. 방문 감사합니다. 저도 트랙백 걸었습니다- :)

        2009.05.08 23:0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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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장안에 화제인 영화인데... 보기 전에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트랙백 보고 놀러왔다 끄적이고 갑니다.

      2009.05.09 07:26 신고
sic itur ad ast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