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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verclass - Collage 2 (2009) // ★★★★
    비평/음악 2009. 3. 16. 11:32


    잘난척 많이 하지만 난 진짜 힙합 잘 모른다. 특히 소위 '국힙', 그러니까 한국 힙합은 더더욱 잘 모른다. 그냥 유명한 MC들의 이름이 익숙하게 느껴지는 정도? 솔직히 그 중 목소리도 모르는 MC가 고백하건대, 꽤 된다.
    이렇게 별로 아는 것도, 듣는 것도 없는 나지만 한국 힙합에 대해선 아쉬움 내지 불만이 있다. 바로 점점 힙합에서 멀어져 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니, 객관적으로는 오히려 더 좋은 일인지도 모르겠다. 한국 힙합은 좋게 말하면 힙합이 아닌'한국 힙합'이라는 별개의 장르로 굳어져 가고 있으니까.

    이런 상황은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힙합을 잘 아는 리스너와 전혀 모르는 대중들 모두에 의해서 야기된 것이다. 의외로 굉장히 많은 수의 한국 힙합 매니아들은 미국의 힙합을 듣지 않는다. '에미넴과 투팍 같은 사람들은 들어본 것 같아요' 수준의 리스너가 의외로 많다. 이들중 대부분은 고등학생이다. 실제로 고등학생들이 한국 힙합 리스너의 과반수 이상을 차지한다는 건 Verbal Jint도 그렇고 여러 아티스트가 얘기한 바 있다. 그런 리스너들에게 리스닝의 시작은 Nas, Gangstarr, N.W.A.가 아니라 E-Sens, Kebee, Dynamic Duo다. 이 리스너들이 전자보다 후자를 리스펙트 할것임은 분명하다.
    이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알아들을 수 없는 가사를 일일이 해석해가며 땀빼는 리스닝보다는 우리가 쓰는 우리말로 하는 힙합을 즐기는 것이 더 현명하고, 더 와닿을 것이다. 내가 위에 든 후자 아티스트들이 형편없냐 하면 그것도 아니거든. 고로 다 좋다.

    문제는 아티스트들을 이끌어 가는 것이 리스너라는 점이다. 리스너들이 힙합이 아닌 한국힙합을 원하다보니, 아티스트들은 자연스레 힙합퍼에서 '국힙합퍼'로 전향하게 된다. 힙합에서 멀어지는 음악을 하고 있다는 것은 이를 얘기한 것이다. 듣다보면 이것이 힙합인가, 싶은 한국 힙합퍼들의 음악이 상당히 많다. 소위 힙합 신의 잘나간다는 아티스트들의 음악이 그렇단 얘기다. (진짜 힙합 신이 모조리 언더그라운드라는 사실이 한국힙합의 고질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한국 힙합의 오버그라운드는 MC몽, 크라운제이니까. 그나마 다듀와 에픽하이가 모든 대중들에게 힙합이란 걸 들려주고는 있지만, 솔직히 이것도 회의적인 면이 있다)

    물론 특정 아티스트의 이름을 거론하며 얘기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확실한건 심지어 신생 아티스트 중에서도 미국힙합은 거의 접하지 않는 사람들이 속속 나오고 있을 정도로 이 문제는 심각하다. 뿌리를 잊고 하는 음악, 이걸 진짜 '국산화', 개성화라고 부를 수 있을까?

    서설이 길었지만 그래서 'Overclass에 거는 내 기대는 크'다. 국힙이 아닌 힙합을 하려는 크루가 오버클래스이다. 혹자는 무슨 욕만 잔뜩 늘어놓고 이게 무슨 음악이냐 하겠지만, 사실 힙합이 그렇다. 예쁜 사랑얘기를 하거나 재재거리는 노래하는 플로우를 자랑하는게 힙합이 아니다. 마이너하고 굵직한 음악이 사실 진짜 힙합이고, 오버클래스는 그것을 하고 있다. 비트부터 국힙이 아닌 진짜 힙합이다. 플로우와 라임도 다분히 작위적인 한국의 스타일을 답습하지 않고, 최대한 진짜 힙합, 미국 힙합에 근접한 수준으로 나아간다. 게다가 재치있는 가사들까지. '난 힙합 탈레반 넌 장미나 진달래반', '넌 내 덕에 환희가 생겨 like Brian'같은 라임을 이들말고 누가 써내겠는가.

    단 한가지 좀 놀란 건 보컬 멜로디 트랙이 많다는 것이었는데, 솔직히 말해서 크게 나쁘진 않지만 이 앨범의 수준을 깎아먹는다. 일단 안정적인 보컬리스트는 조현아씨 뿐이고, 나머지는 10% 모자란 모습을 보여주는듯. 랩으로만 채운 앨범이었다면 9점을 주었을 것을 8점으로 깎은 이유도 이것이다.

    댓글 2

sic itur ad ast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