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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 한국가요 결산 - The Best
    비평/황야이리의 한국 가요 결산 2008. 12. 14. 17:24


    L.O.V.E.
    Artist : Brown Eyed Girls
    Album : With L.O.V.E.

    그냥 단적으로 말하자면 난 2008년 한 해의 노래 중 단 한곡만 꼽으라면 이 곡을 꼽겠다. 난 그 정도로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L.O.V.E.'를 좋게 들었다. 'Tell Me'를 들었을 때에 버금가는 충격이었다. 케이블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뮤직비디오를 보고, '이거다' 싶었다.
    나 같은 경우는 좀 늦게야 알게 되었지만, 브아걸의 많은 팬들이 이미 알고 있듯이 지금의 브아걸은 원래의 브아걸에서 정체성이 굉장히 많이 변한 그룹이다. 원래의 브아걸은 딱 들어맞지는 않지만 '빅마마'에 가까운 느낌이고, 현재의 '어쩌다', 'You'를 부르는 브아걸은 '원더걸스'에 가까운 느낌이다. 빅마마에서 원더걸스로의 변신이라. 흥미로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때문에 많은 팬이 실망했고, 많은 팬이 생기게 되었다.
    'L.O.V.E.'는 시기적으로나 음악적으로나 정확히 그 전환점에 놓인 곡이다. 빅마마이자 원더걸스이던 유일한 곡이고, 둘중 어느 하나도 아니었던 유일한 곡이었다. 그래서인지 이 곡은 굉장했다. 트렌드의 정점을 달리면서도 가볍지 않았고, 리듬을 중요시하면서도 멜로디를 버리지 않았다. 각각의 hook과 코러스는 다른 분위기를 넘나들면서도 매끄러웠다. 굉장한 흡인력이었다.
    섣부른 단정일 수도 있겠지만 'L.O.V.E.' 수준의 곡만 앞으로 계속한다면, 브아걸은 원더걸스 그 이상의, 한국가요의 한 페이지를 쓰는 여성 그룹이 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요즘 세상에 1년이 지나도 다시 듣고 싶단 생각이 들게 하는 댄스곡(댄스라고 하긴 좀 뭐한 것 같기도 하지만)이 어디 흔한가. 이 정도로 자신의 개성을 가진 트렌디 트랙은 자주 들을 수 있는게 아니다.
    그러나 현재로서만 보면 그들은 이미 '원더걸스'로 방향을 완전히 선회한듯 싶다. 브아걸은 점점 브아걸을 잊어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이 놀라운 곡이 나온지 1년도 되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이 이쁜 그룹은 아직도 젊디 젊다.


    나만 바라봐
    Artist : 태양
    Album : Hot

    사실 태양의 앨범은 두번째로 놓기엔 미안할 정도로 멋졌다. 특히 대박을 친 '나만 바라봐'는 놀라운 트랙이었다. 이 곡을 듣고 '영 별로네'라고 생각했을 사람이 대한민국에 있을까. 아마 있다면 그 사람은 지독한 음악사대주의자거나 한국가요 내지 댄스가요에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일 것이다.
    이 곡이 Usher의 이번 앨범에 들어있었고, 그가 이 곡을 타이틀로 밀었다면, 적어도 빌보드 차트 1위를 한달은 잡고 있었을 거라고 난 확신한다. 이 곡이 탄생함으로써 우리나라의 프로듀싱 기술은 '기술적으로' 미국 레벨에 올라섰다. 남은 것은 가장 중요한 창조적인 idea일 테지만 그것은 시간이 더 필요한 것일게다.
    '나만 바라봐'는 미국 트렌드(이자 세계의 트렌드)를 노골적으로 따라가는 R&B곡이다. 독창성은 사실 별로 크지 않을 수 있겠다. 하지만 이곡은 요즘 우후죽순으로 쏟아지는, 느낌만 내는 어설픈 곡과는 달리, 멜로디라인 부터 보컬까지 정말 제대로 맘잡고 만들어졌다. 이런 정성이 들어갔는지 아닌지는 그냥 한번 들어보면 안다. 단순한 트렌드 알앤비를 따르는 '모작'이 아니라 '오마쥬'다. 어떠한 토대를 따라하는 수준이 아니라 그 토대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난 이 곡이 자랑스럽다. YG를 무시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바로 이런 아티스트적인 마인드에서 나오는 수작이다.
    G-Dragon의 Part.2 는 심하게 사족이었지만(이런건 본인이 아무리 원해도 소속사에서 말려야 하는건데), 태양은 정말 너무너무 멋졌다.


    여우가(歌) (feat. 은지원)
    Artist : 문지은
    Album : Vivid

    좀 많이 좋지 않은 표현이지만 난 이런 장르를 '골빈 댄스' 장르로 분류한다. 그냥 이거저거 따질거 없고 놀고 마시고 흔드는 노래가 이 분류에 들어간다. 그리고 올해 드디어 골빈 댄스 장르의 교주격인 노래가 등장했으니, 문지은의 '여우가'다.
    처음부터 리듬을 제대로 타서 강렬하게 치고 들어온다. 가사도 그렇고 멜로디도 그렇고 비트도 그렇고 공격적이고 시원시원하다. 음악을 들으면서 놀림당하는 묘한 기분인데 나까지 신난다. 노래 전체에서 강약 조절이 능글맞게 잘 되어있고, 칠때와 빠질 때까지도 적절하게 분배되어있다.
    은지원의 피처링도 멋졌다. 여기에 어울리는 보이스와 플로우는 은지원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내로라 하는 MC, 다듀건 E-Sens건 VJ건 가리온이건 누가 했더라도 은지원보다 못했을 것이다.
    시끄럽기만 하고 재미없는 곡이 넘쳐나는 요즘에 시원한 샤워를 뿌려주는 것 같은 곡이 아닐수 없었다. 개인적으로 문지은의 골반은 심하게 부담스러웠지만... 안무도 꽤 멋지고 재밌었다.


    숨 (feat. Sean2slow)
    Artist : Dynamic Duo
    Album : Last Days

    이걸 베스트 중 하나로 꼽은건 사적인 감정이 반영되어 있음을 인정.
    다듀는 늘 열심히 한다. 스스로 늘 게으름따윈 피지 않는다는 내용의 가사를 쓰곤 하지만 아무도 거기에 토를 달지 못할 정도로 열심히 한다. 정점인가 싶었던 플로우가 매 앨범마다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 삼척동자도 그 사실을 알 수 있다. 공부 못하는 아이도 열심히 하면 예뻐 보이는데, 최고라는 소리를 듣는 아이가 열심히 하기까지 하면 그야말로 양손을 치켜들지 않을 수 없다. 그게 다이나믹 듀오다. 그들이 있어서 한국 힙합은 오랫동안 매력적이었고, 앞으로도 그럴것임에 틀림이 없다.
    전에도 말한 적이 있지만 '숨'은 이번 다이나믹 듀오의 앨범의 백미로 꼽을만한 곡이다.
    실상 큰 특징은 없다. 다듀답게 정직한 정박의 곡이고, 정석적인 랩도 여전하다. 하지만 다른 어떤 곡 보다도 자전적이고 의지적인 가사, 평범하지 않은 라임, Sean2slow의 감칠맛 나는 나레이션은 이 곡을 단숨에 멋진 곡으로 바꿔놓는다. Sean2slow는 도대체 앨범을 언제 내시는지. 이건 나온단 얘기가 있었던게 내가 고등학생 때였던거 같은데. 앨범이 나온다면 그 어떤 앨범보다 더 멋진 앨범이 될텐데 말이다.
    각설하고, '숨'은 새로운 시도였던 이번 앨범의 컬러를 반영하여 오토튠이 다소 들어갔지만 과하지 않았고, 앨범의 마지막을 멋지게 닫아주는 깔끔하면서도 여운을 남기는 마무리 트랙이었다.


    Curiosity Kills (Original Ver.)
    Artist : EE
    Album : Curiosity Kills (Single)

    내가 2008 한국가요 결산에 넣은 곡 가운데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곡인 것 같다. 그런데 이곡은 정말 대박이다.
    EE라는 그룹은 삐삐밴드 출신의 이윤정과 이현준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솔직히 난 펑크 쪽은 잘 몰라서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90년대 중반 묘한 족적을 남기고 사라진 밴드같더라. 그 당시엔 인지도도 상당했고. 물론 이번 EE 프로젝트는 펑크로 나온 건 아니다.
    아무튼 맨처음엔 곡이 아니라 뮤직비디오를 먼저 접했다. M-net에서 였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눈을 부비면서 TV를 켠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M-net과, 아침과, 대한민국과, 트렌드와, 아무튼 모든것과 어울리지 않는 '미친것같은' 음악이 나오고 있었다. 영상은 더 기가 막혔다. 80년대를 패러디한(솔직히 패러디라고 하기엔 부족함이 있을 정도로 정말 제대로 묘사한) 뮤직비디오는 충격 그 자체였다. 영상미 따윈 없고 빈티지도 올드스쿨도 아닌 촌스러움만이 덕지덕지 묻어나는 뮤직비디오였는데, 그 뻔뻔함에 정말 웃음이 멈추질 않았다. 이 뮤비는 나중에 따로 포스팅 하겠음. 정말 뮤비보면서 이렇게 웃었던 적은 처음이었던 거 같다.
    음악의 완성도는 굉장하다. 너도나도 뿅뿅거리면서 일렉트로니카를 도입했니 어쩌니 떠들지만 이 노래 앞에서 모두 무릎을 꿇어야 한다. 아 이게 진짜 '뿅뿅이'구나. 한번만 들으면 가슴으로 느끼게 될 것이다. 한 번 들으면 두번이 더 듣고 싶을 것이고, 두번 들으면 100번이 더 듣고 싶어질 것이다.

    댓글 2

sic itur ad ast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