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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 한국가요 결산 - The Bad
    비평/황야이리의 한국 가요 결산 2008. 12. 11. 12:06


    Hot Girl
    Artist : See Ya
    Album : 돌풍

    아는 사람들에게 늘 주장해왔지만 씨야는 어딘가 좀 묘한 구석이 있는 그룹이다. 씨야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의 머릿속엔 무엇이 떠오를까. 당연히 조각같이 이쁜 남규리다. 남규리는 본인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씨야의 아이콘이자 씨야의 이미지의 90%를 차지하는 존재다.
    씨야의 음악은 전형적인 한국식 소몰이 R&B라 할 수 있는데 이런 장르의 매력유무에 대해선 제쳐두고라도, 재밌는 건 씨야의 음악에서 남규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가창력이나 비중을 감안하면 10~20% 정도라 봐도 좋다는 점이다. 10%의 비중을 가지는 바비 인형이 90%로 보이는 그룹, 그게 바로 씨야다.
    그래서 씨야를 볼 때면 '불안하다'. 정체성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남규리와 친구들'이 아니라 씨야인데, 이상하게 남규리만 보인다. 아무도 남규리가 아닌 '친구들'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남규리는 정작 스튜디오에 들어서면 '친구들'에게 묻어가는 신세다. 본인도 참 민망하겠거니와 그 친구들의 심정이 어떨지 사뭇 궁금하다.
    씨야에 대한 얘기는 이정도로 하고 'Hot Girl'에 대한 얘길 하자면, 일단 표절 아니냐는 말을 안할 수가 없겠다. Daft Punk의 'One More Time'을 한번, 정말 단 한번이라도 들어봤던 사람이라면 씨야의 이 노랠 듣고 기겁했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M-net에서 흘러나오는 씨야의 뮤비를 보고 있었다. 남규리의 귀여운 테크토닉 (물론 혼자 나오는 원샷 장면) 후에 흘러나오는 '(Just) one more time~'(Just에 괄호는 괜히 친게 아니라 실제로 노래를 들으면 괄호로 들린다)을 듣고 설마설마 했는데, 아무리 나중에 찾아봐도 Daft Punk의 원곡을 샘플링 했거나 허락을 받고 썼단 얘기가 없더라. 그렇다. 그냥 따라한거다.
    아무리 '뿅뿅이' 음악이 대세라고 해도 이건 정말 갈 데까지 갔구나. 가사 하나가지고 딴지를 거는게 아니라 멜로디 구성과 신스 조합, 배치까지 똑같다. 간단히 말해서 이부분은 그냥 Daft Punk의 One More Time 리믹스다. 들어보고 좋으니까 그냥 따라한거다.
    비난 받을 일이란 건 당연하고 난 그걸 넘어서서 궁금하기까지 하다. 개인적으로 음악 하는건 팔할이 자존심이라고 본다. 자존심을 버렸다면, 이할만 가지고 음악을 하는 것이고 그 음악은 더이상 들을 필요도 없다.


    Rainism
    Artist : 비
    Album : Rainism

    비가 세계시장에서 통할 수 있을 것인가. 이건 '메시 vs. 호날두'에 버금가는 가요계의 영원한 '떡밥'이다. 싹수가 노랗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비 정도의 음악과 무대 장악력이면 충분히 통한다는 의견도 있다.
    내 의견을 굳이 분류하자면 좀 의심스럽다는 쪽인데, 그러면서도 비 스타일 음악은 꽤 좋아하는 편이다. 우리나라의 듣기 편한 음악 중에선 그나마 수준이 있다고 생각하고, 아티스트로서의 마음가짐도 있는 것 같다.
    의심스럽다는 것은 그래도 아직 이렇다할 성과물이 없다는 것이다. 월드스타다 뭐다 하는 것도 벌써 3년이 넘어가는 것 같은데 아직까지 사실상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영화계에서 워쇼스키 형제의 영화 두 편에 출연했고, 음악쪽으로는 해외 콘서트 몇 번 한게 전부. 비는 이렇게 묻혀가나 슬슬 생각이 들 쯤에 나온 앨범이 이번 앨범 'Rainism'이다. 그리고 첫 싱글로 내세운 것은 동명의 곡.
    이 곡은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비의 무대를 보는 재미는 인정한다. 그의 춤은 확실히 멋지고 비주얼도 번쩍번쩍한다. 그러나 정작 이 'Rainism'이란 곡 자체는 의아할 정도로 퀄리티가 좋지 못하다. '꿍구구꿍꿍 꿍구구꿍꿍꿍, 레파미'가 반복되는 베이스신스는 나름 강한 중독성이 있는데 비의 보컬과는 밸런스가 잘 맞지 않는다. 멜로디를 가이드하는 라인이 아니라 밑에서 강하게 깔리는 라인이기 때문이다. 저번에도 얘기했지만 비는 '숨을 뱉으며 노래'하기 편한 곡과 잘 어울리고, 그런 곡이라면 비의 보컬의 멜로디 라인을 보조하고 리드하는 비트 라인이 필요하다. 그러나 'Rainism'은 거꾸로 간다. 비트가 비의 보컬보다 강하게 자기 길을 간다.
    그러다 보니 비의 목소리엔 힘이 하나도 실리질 않는다. '저스틴?' 하는 생각이 드는 가성부분은 솔직히 말해 좀 안타깝기까지 하다. 비와 궁합이 그렇게 안맞다 보니, 실제로 'Rainism'스타일의 곡은 이 앨범에서 이 곡을 제외하곤 단 한 곡도 없다.
    거기다 곡 구성도 뭔가 굉장히 허하다. 뒷부분이 그 허전함의 절정인데, 'hey, ho, rain, go' 하는 비의 목소리를 들으면 그냥 멍하다. 솔직히 말해 춤을 위해 넣은 부분 같은데, 그런 부분에서 많이 아쉽다. 타이틀 곡이 아니라 하나의 intro같다는 느낌을 주는 것도 그 허전함 때문이다. 앨범 전체의 흐름을 들어봐도 인트로란 느낌이 강하다.


    U-Go-Girl (feat. 낯선)
    Artist : 이효리
    Album : It's Hyorish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우상화 되고 있는 여가수가 아닌가 싶다. 우상화까지는 좀 심하고 아무튼 하나의 '아이콘'이 되고 있는듯. 부정적인 뜻이 전혀 아니고 그만큼 이효리가 가지는 힘이 강하다는 얘기다.
    이번 앨범도 역시나 출시 전부터 큰 기대를 받았고 '유고걸'은 빅 히트를 쳤다. 이 곡을 Bad에 분류한 것은 어찌보면 순전한 개인적 취향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난 정말 이 곡을 들을 때마다 '참 이상한 곡이다'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곡의 부분부분을 보면 구린 부분은 한 부분도 없는데 전체적으로 들으면 이만큼 별로인 곡이 있을까도 싶다. 그 부분부분이 너무나도 따로 놀기 때문이다.
    이 곡을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누면 :
    1. 오늘은 또 어쩐 일로 나를 부르지 혹시나 또 무슨 일이 생긴건지 이걸 어쩌지 또 저걸 어쩌지 고민 고민하지마 Girl 그 사람도 좋아할까 마음 졸이면 주머니 속 작은 동전 하나 꺼내서 앞면이 나올지 뒷면이 나올지 고민 고민하지마 Girl
    2. Girl hey U go girl De le De le that that that girl Girl hey U go girl Baby baby baby baby girl~
    3. 이제부터 솔직하게 이제부터 당당하게 너의 맘을 보여줘 바로 이 순간 지금 이 순간 tonight 가끔씩은 달콤하게 가끔씩은 강렬하게 너의 맘을 보여줘 바로 이 순간 지금 이 순간 tonight
    4. Crazy night Dance All Night Let Me Take U Home Tonight It s allright Hey girl party tonight Crazy night Dance All Night Let Me Take U Home Tonight It s allright Hey girl party tonight
    이 정도가 되는데, 이 부분들은 거의 '다른 트랙으로 바뀐건가?' 싶을 정도로 악기 구성을 빼고는 모든게 따로논다. 특히 3하고 4는 절정이다. 게다가 이 부분들 사이의 전환도 굉장히 급격하고 이음새가 따로 없어서 난 들을때마다 힘이 들더라... 이효리 버전 'Paranoid Android' 인가효.
    그리고 한가지 더 안좋은 점이라면 이 부분들 내에서도 어색한 부분이 또 존재한다는 것이다. 1에서 'Girl' 부분, 3에서 '바로 이 순간 지금 이 순간' 부분이다. 박자와 멜로디의 부조화, 이효리의 보컬의 미숙함이 합쳐진 결과로 보인다.
    너무 부정적으로만 썼지만 난 절대 이효리를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다. 음악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는 점도 높게 산다. 그런데 이 곡은 정말 묘하게 미숙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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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c itur ad astra.